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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미국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어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기 행정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면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20%의 상호 관세 부과를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관세가 부담스럽다면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지으라며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대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자국의 산업 및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자국 우선주의를 공공연하게 얘기한 것이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벤 추는 신간 ‘고립 경제학, 고립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가’에서 최근 미국처럼 국가 간 상호 의존을 불편해하고 국내 자급자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고립 경제학(Exile Economics)’이라고 정의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등 고립주의자들은 세계무역에서 경제적 이득과 국가안보 사이에 필연적인 상충관계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산업적으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아야 국가 안보와 번영, 평화 등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고립주의가 횡행한 지금의 상황이 1930년대 대공황 시대와 묘하게 닮아 있다고 말한다. 당시 미국 의회는 광범위한 신규 보호관세 장벽을 포함된 ‘스무트-홀리 법안’을 제정했는데, 이때 미국 경제학자 1000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보호관세 인상이 실수라고 확신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1000명의 경제학자로부터 비슷한 서한을 받은 바 있다. 특히 1930년대 미국의 고립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는데, 지금도 러우전쟁, 중동전쟁 등 언제든 전선이 넓어질 수 있는 국지전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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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
저자는 차별적 보호주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혁신을 저해하고, 중산층의 가계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할 수 있는 ‘산업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은 너무나 방대해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 일상에서 영향력이 큰 ▷식량 ▷에너지 ▷실리콘(반도체 칩) ▷사람 ▷철강 ▷의약품 등 6가지 분야에서 전 세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판 ‘고립 경제학’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불평등에 대한 공포를 자양분 삼아 세력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는 허황된 ‘환상’이라고 일갈한다. 무역의 세계화가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와 같은 유례없는 충격 속에서도 오히려 회복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고, 국내 생산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안보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결국 해법은 ‘해외냐 국내냐’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공급망의 정밀한 파악과 전략적 비축의 확대, 공급처 다변화 등을 통해 위기 시에도 자원의 접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고립 경제학, 고립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가/벤 추 지음·고한석 옮김/메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