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제일바이오에 항소장 제출…‘상폐 정당성’ 2심서 격돌

제일바이오, 상장폐지 무효소송 1심서 승소
거래소 가처분 승소 후 본안서 패소한 첫 사례
감사의견거절로 이미 ‘형식적 상폐 대상’ 주장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여의도사무소 전경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지윤·문이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사 제일바이오의 상장폐지 결정 무효 소송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립 70년 역사상 거래소가 상장폐지 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는 단 세번 뿐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양측은 상장폐지의 정당성을 두고 다시 한번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제일바이오가 제기한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소송’의 1심 승소 판결에 대해 항소를 결정하고, 전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3년 횡령·배임 사실 공시 등을 사유로 제일바이오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후 개선 기간 등을 부여했으나 경영 정상화가 미흡하다고 판단, 지난해 4월28일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이후 제일바이오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같은달 29일 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결정신청을 냈고, 이어 지난해 6월16일 상장폐지결정 무효확인소송도 잇달아 제기했다.

당초 가처분 신청 단계에서는 법원이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거래소는 올해 2월 제일바이오 주식 정리매매에 돌입했다.

하지만 본안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뒤집혔다. 거래소가 가처분 승소 후 본안에서 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장폐지결정 무효확인소송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제일바이오의 손을 들어주며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등을 고려할 때 상장폐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자산 총계 329억원 가운데 현금·예금 등이 약 161억원에 달해 유동성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또한 상장폐지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전직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올해 초 모두 무혐의 처분된 점을 들어 상장폐지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거래소는 이번 제일바이오의 경우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 폐지가 아니어도 이미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바이오는 2023년,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모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형식적 상폐 사유에 해당된다”며 “다시 상장 심사 절차를 거친다 해도 형식적 상폐사유에 해당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형식적 상폐사유가 모두 명확하다는 의미다.

상장폐지 사유에는 형식적 상장폐지와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폐지가 존재한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특정 수치나 규정을 위반했을 때 거래소가 별도의 판단없이 즉각적으로 퇴출 절차를 밟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폐지는 기업경영의 계속성, 투명성,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 사실이 발생하면 기업의 실질에 기초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제일바이오의 경우 실질심사에 의한 상폐 대상이었다.

거래소는 앞서 제일바이오가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폐지가 결정됨에 따라 2023사업연도 및 2024사업연도 감사의견 비적정에 따른 형식적 상장폐지 절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의견거절은 회계법인이 제시하는 네 가지 감사의견(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중 가장 최하위 단계다. 회계법인이 충분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감사 범위가 제한되거나, 회계기준 위반 또는 계속기업 존속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을 때 내려진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감사의견이 부적정·의견거절·범위제한 한정으로 나오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항소심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원은 형식적인 요건보다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의지와 실질적인 경영 회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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