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모즈타바, 실권은 혁명수비대…이란 ‘이중권력체제’ 굳어지나

모즈타바 “단결” 첫 대국민 메시지
중상 입고 은둔…의사결정 군부 위임
IRGC, 호르무즈·핵협상 전면 장악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엥겔랍 광장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초기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동안, 보안군 대원들이 피살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맨왼쪽과 맨오른쪽)와 그의 아들이자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운데)의 초상화가 부착된 장갑차 위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AFP]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국민 단결’을 강조했지만, 실제 권력은 이란혁명수비대(IRGC)로 이동한 ‘이중 권력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와 지도자의 건강 이상이 맞물리면서 형식적 권위와 실질 권력이 분리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 이후 혁명수비대가 사실상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했으며, 미국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란 협상팀이 국제 협상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 역시 내부 권력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협상 대표단이 독자적 결정을 내릴 권한이 제한돼 있고, 정권 내부에서도 통일된 입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도 이란 측은 핵심 쟁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21일 사실상 무기한 휴전 연장을 발표하면서 “예상대로 이란 정부가 심각한 분열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ISW는 특히 이란이 협상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협상 자체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협상 타결보다는 압박 유지와 시간 확보에 초점을 맞춘 군부 주도의 일관된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23일 국영 IRNA 통신을 통해 “이란 국민 사이의 놀라운 단결이 적 내부의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며 “외부 세력의 심리전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응집력은 강철처럼 견고하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일제히 ‘단결’을 강조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강경파나 온건파는 없다. 모두 이란인”이라며 내부 분열 가능성을 일축했고, 아라그치 장관은 “전장과 외교는 하나의 전쟁 안에서 조율된 전선”이라고 밝혔다. 지도부 전체가 동일한 메시지를 내며 결속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과 달리 실제 권력 작동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모즈타바가 지난 2월 말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중상을 입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명료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주요 의사결정은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에게 위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다리 수술을 세 차례 받았고 의족을 기다리고 있으며, 손과 얼굴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어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태다. 현재는 은신 중이며 직접 대면 접촉 없이 서면 메시지 형태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물리적 제약은 권력 구조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쟁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 요구되는 가운데, 군부가 자연스럽게 의사결정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미국과의 휴전 협상 승인, 협상 대표 교체 등 주요 전략 결정이 모두 혁명수비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근 핵심 전략 결정은 대부분 군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강도 조절, 미국과의 휴전 조건 승인 여부, 협상 대표 교체 등 주요 사안이 혁명수비대 중심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이는 단순한 군사 영역을 넘어 외교·안보 정책 전반이 군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 라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에는 외무부가 협상 전면에 나섰지만, 현재는 군 출신 인사들이 협상 구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전쟁 상황에서 외교 역시 군사 전략의 연장선으로 운영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러한 체제를 ‘이사회형 통치’로 설명하는 시각도 나온다. 최고지도자가 상징적 권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제 정책 결정은 군부 지휘관들이 집단적으로 내리는 구조다. 한 전직 고위 인사는 “모즈타바는 의장 역할에 가깝고, 실질적 결정은 장군들이 함께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중 권력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전시 대응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권력 충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부와 정부·외교 라인 간 정책 우선순위가 엇갈릴 경우 전략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협상 노선을 둘러싼 온도차도 감지된다. 정부와 외교라인은 제재 완화와 경제 회복을 위해 협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강경파 군부는 압박 기조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협상 재개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요구를 검토한 뒤 협상 대표단의 파키스탄 파견을 취소했다. 다만 “대화를 원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는 입장을 보였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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