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의회로 번진 외교전…범여권 90명 “쿠팡 개입말라”

“범죄 수사·처벌 주권국가 고유 권한”
美항의에 맞불서한 주미대사에 전달


범여권 국회의원 90명은 28일 주한미국대사관에 “대한민국 사법주권을 존중하라”는 취지로 연명한 항의 서한을 보냈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신변 안전 문제와 한미 외교·안보 협력을 연계해 한국 측에 항의서한을 보낸 데 맞불 차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의원 90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미 정치권의 사법주권 침해 압력 규탄 및 주한 미국대사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미 정치권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압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이라며 “외국 정부가 특정 개인에 대해 수사와 법 집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규범과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 협력과 같은 국가 핵심 의제를 기업인 보호와 맞바꾸려는 시도는 동맹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다국적 기업이 외교적 압박을 통해 국내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한미국대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미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회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외교적 부담 속에서 대응하는 상황일수록 입법부가 나서서 원칙을 분명히 하고 협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연명 항의서한 취지를 설명했다.

한미의원연맹 소속으로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짚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쿠팡의 정보 유출이 3000건으로 돼 있는데 우리가 조사한 건 3300만건이다. 무려 1만배 차이”라면서 SK텔레콤과 비교해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가 쿠팡을 봐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우리 역사에 치욕적인 일본제국주의가 사용했던 동양척식회사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그들의 자동화시스템은 ‘하이테크’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고혈을 24시간 빠는 전근대적인 산업체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주한미국대사에 ▷대한민국 사법주권과 독립적인 법 집행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 ▷특정 개인의 사법 절차와 관련된 요구를 외교·안보 협력과 연계하지 않을 것 ▷본 사안과 관련한 부당한 압력 및 요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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