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대금지급 한계 보완, 불법하도급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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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임금체불을 ‘중대범죄’라고 규정하며 엄정 대응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 건설공사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디지털 임금지급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LH 관리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에서 한 발 나아가 근로자의 임금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지급시스템을 구축해 건설현장 임금체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8일 LH에 따르면 공사는 조만간 ‘건설근로자 디지털 임금시스템 도입’ 연구용역을 긴급 입찰로 발주할 예정이다. 실제 출역현황에 기반한 디지털 임금지급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지급절차 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임금을 청구 및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도 LH 건설현장에는 조달청의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하도급지킴이)이 활용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기 쉬운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 의무화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은 발주기관이 지급한 공사대금을 도급사가 인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근로자 계좌 등으로 송금만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LH 현장 체불 현황을 보면 2020년 54건이던 체불 사례는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지난해 4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LH가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건 전자적 임금지급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임금체불 제로(Zero)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이 거듭 임금체불과 불법하도급 등 건설업 악습을 공공 부문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만큼 정부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임금체불에 대해 “노예도 아니고, 일 시키고 떼먹는 (임금체불은) 제재가 약해서인데 중대범죄”라며 “아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임금체불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며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욱이 현 정부가 공공 주도 주택공급을 추진하며 LH 건설현장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 디지털 임금지급시스템을 수립해 각 현장의 임금체불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LH는 우선 용역을 통해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 현황 및 건설현장 임금지급 실태를 파악하고 디지털 임금지급이 이뤄지는 국내외 유사사례를 조사할 계획이다. 디지털 임금지급 도입에 따른 출연관리시스템·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 개선방안은 무엇일지 살펴보고 발생할 수 있는 법·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점을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디지털 임금지급 시스템 시범사업을 설계하고 도입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LH의 전 건설현장에 디지털 임금지급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LH 관계자는 “지금도 대금체불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하도급을 주는 업체 쪽에서 체불이 발생하는 사례들이 여전히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시스템 효율화를 검토하려는 연구용역”이라며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지 기존의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개선해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지는 용역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임금지급시스템 도입이 현실화되면 자금흐름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임금체불뿐 아니라 임금체불의 직접적 원인이기도 한 불법하도급 예방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불법하도급을 산업재해 사고와 임금체불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척결 의지를 강조해왔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으로 고용촉진장려금, 고용안정장려금 등 고용보험 지원사업에서 상습 체불사업주는 제외된다.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정부 보조·지원 제한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대상은 1년간 임금 3개월분 이상을 체불하거나, 1년간 5회 이상 체불하면서 체불액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다.
체불임금 회수 방식도 바뀐다. 그간 정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한 뒤 민사집행 절차를 통해 변제금을 회수하면서 평균 290일이 소요됐고, 회수율도 약 30% 수준에 머무르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국세 체납처분 절차를 적용해 법원 판결 없이도 압류·공매 등 강제징수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회수 기간은 약 158일로 줄어 평균 132일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개정은 5월 12일부터 시행된다. 신혜원·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