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논란’ 공수처, 기초 체력 키운다…수사관 ‘디지털포렌식 코디네이터’ 양성[세상&]

공수처 “고위공직자 범죄도 생성형 AI 악용 가능성”
실전형 디지털포렌식 교육 콘텐츠 사업 입찰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일반 수사관을 ‘디지털포렌식 코디네이터’로 양성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고위공직자가 범행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하는 사례를 대비하겠다는 취지인데, 수사 역량 우려 속 기초 체력 기르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내년 일반 수사관을 대상으로 ‘디지털포렌식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진행한다. 한정된 디지털포렌식 담당 인력의 업무 과중 등을 고려해 일반 수사관도 필요시 곧바로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수행할 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교육 대상 수사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디지털포렌식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 표준 교육 콘텐츠와 실습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자 지난 13일 ‘고위공직자 범죄 및 AI 악용 대응을 위한 실전형 디지털포렌식 교육 콘텐츠 개발사업’을 입찰공고를 냈다.

공수처는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줄곧 인력·수사 역량 부족 논란에 시달려왔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9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2건만 발부됐다. 지난달에도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현직 부장판사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디지털포렌식은 디지털 기기와 저장매체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삭제·은폐된 정보 흔적을 복원하는 수사 방식이다. 현대 수사에서 디지털 증거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만큼, 디지털포렌식 역량 강화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공수처는 AI 시대에 고위공직자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뇌물 수수, 직권남용 등 범행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악용해 법망 회피 논리를 개발하거나 자금 세탁을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포렌식 코디네이터 양성에 나선다고 했다.

실제 생성형 AI를 범행에 악용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가람)는 지난달 10일 살인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른바 ‘모텔 연쇄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소영을 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김소영이 생성형 AI 챗GPT에 ‘수면제 많이 먹는다고 그 사람이 죽어’라고 질문하는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한 내용이 담겼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소영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공수처는 코디네이터 양성을 위해 ‘수사 감각’과 ‘포렌식 기술’을 융합할 커리큘럼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현 자료가 침해 사고나 일반 형사사건 위주이고 고위공직자 범죄와 AI 포렌식이 결합한 복합 시나리오는 없기에,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훈련할 데이터셋(구조화된 데이터 집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처리했던 주요 사건을 정밀 분석해 핵심 유형 은폐 수법을 도출하고 실제 수사 사례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재구성해 표준 교육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실제 사건 기록을 접하는 것과 같은 수준 현장감과 실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활용한 가짜 증거 생성·유포 ▷생성형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음성·문서 등 가짜 증거 생성·유포 ▷모바일·PC·클라우드·외부 저장매체 간 범죄와 관련된 데이터 흐름이 연결된 다차원적 단서 배치 등을 시나리오에 포함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수사 현실이 반영된 고품질 데이터셋과 실습 워크북을 확보해 향후 디지털포렌식 코디네이터 실무 적응력을 극대화하는 핵심 교육 자산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교육 콘텐츠는 AI를 악용한 지능형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범행의 고의성·계획성을 입증하는 선진 수사 기법을 내재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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