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권에 트럼프 얼굴 넣는다…건국 250주년 ‘한정판’ 논란

국무부 “특별 디자인 여권 발행”…워싱턴서 선착순 배포
트럼프 서명·초상 포함…추가 비용 없이 한정 수량 제공
지폐·금화 이어 ‘이름 새기기’ 확대…상징 정치 논란
일부 사업은 소송까지…공공기관 사유화 비판도 확산
“국가 기념 vs 개인 홍보”…정치적 공방 이어질 듯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한정판 여권 디자인 시안 이미지.[미국 국무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정부가 건국 250주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서명이 담긴 ‘한정판 여권’을 발행하기로 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 상징물에 현직 대통령 이미지를 반영하는 시도가 적절한지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간) 올여름부터 “특별히 디자인된” 미국 여권을 한정 수량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여권은 워싱턴 여권국에서 신청하는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선착순 발급되며, 별도의 추가 비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발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개된 시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과 금색 잉크 서명이 포함됐다. 국무부는 “맞춤형 아트워크와 향상된 이미지가 적용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발행 규모와 유통 범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희소성을 강조한 ‘기념 상품’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국가 상징물과 공공 프로젝트에 대통령의 이름과 이미지를 적극 반영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앞서 달러 지폐에 대통령 서명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됐고, 트럼프 초상이 새겨진 금화 발행 계획도 추진된 바 있다. 국립공원 패스 디자인에 대통령 얼굴을 포함시키거나 정책 프로그램에 ‘트럼프’ 명칭을 붙이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상징 정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 기념사업을 통해 행정부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공공 영역을 개인 브랜드화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특히 여권은 국가 신분을 증명하는 대표적 공문서라는 점에서 상징성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 번진 사례도 적지 않다. 워싱턴DC 내 문화시설 명칭 변경 시도나 공공기관에 대통령 이름을 부여하는 정책 등이 소송에 휘말리면서 정치적 갈등이 이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공 자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공화당 일부에서는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하는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국가 기념사업을 개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내년 정치 일정과 맞물려 논쟁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적 파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은 해외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공식 문서인 만큼,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조될 경우 외국 정부나 기관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 관행상 여권 디자인은 국가 상징과 역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미국의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며 “건국 25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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