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파업 전야’ 긴박…경영진 소통 총력·노조위원장은 부재

존 림 대표, 30일 타운홀미팅 개최…임직원 의견 청취
내달 1~5일 사상 첫 총파업 예고…현실화시 치명적 손실
임금 인상률 14% vs 6.2% 격차…막판 대화 중대 분수령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창사 이래 첫 노조 단체행동이 열린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시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사상 초유의 노동조합 전면 파업을 눈앞에 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화에 나섰다. 파업 현실화 시 6400억원대의 직접 손해를 비롯해 막대한 장기 리스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의 막판 대화가 예정돼 있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30일 오전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임직원들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림 대표와 경영진이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회사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에서 직원들의 의견도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가 지난 28일부터 이미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실제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부분 파업에는 정제 공정에 들어가는 자재를 소분하는 부문을 맡고 있는 조합원 60여명이 투입됐다. 공정 업무를 위해선 자재 소분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에 차질이 생기면서 신규 배치(batch·생산 단위) 실패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인원은 2200명이다.

앞서 법원은 사측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쟁의권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인천지방법원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을 근거로 ‘원료 또는 제품의 변질·부패 방지를 위한 작업’은 파업 중에도 정상 수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중 조업 중단 시 비가역적 손실이 발생하는 특정 설비들은 파업 중에도 가동되어야 할 ‘필수 유지 설비’로 인정됐다.

사측은 일부 기각된 공정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를 제기한 상태지만, 노조는 법원 결정과 관계없이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 양측이 막판 대화에 나선다. 다만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의 부재는 협상의 변수다. 박 위원장은 부분 파업이 진행 중이고 총파업을 앞둔 시점에 휴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 수장이 직접 임직원과 대화에 나선 상황에서 핵심 지도부가 자리를 비우면서 협상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노동청 중재 대화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노조는 평균 14%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과 주요 경영 및 인사권 행사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안에 담았다.

반면 사측은 총 6.2%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10%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규모 성과급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사측은 인사 및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사전 동의 요구는 명백한 경영권 침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직접 손실 규모가 약 6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5808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성상 세포주 배양과 정제 공정은 연속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다. 파업으로 공정이 중단될 경우 원료 변질과 대규모 생산물 폐기가 불가피하며, 이는 곧 납기 지연과 공급 차질로 직결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급 안정성과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CDMO 사업은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에 의거해 고품질의 의약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후 몇 년간 ‘트랙 레코드’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CDMO 사업은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 등 생산 안정성이 곧 수주 경쟁력”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공정 차질은 글로벌 고객사의 이탈과 향후 수주 계약에 수조원대의 간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