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동 필수 CDMO 공정 중단 시 6400억원대 손실 우려
조합원은 파업 전선, 지부장은 ‘휴가’…댓글 동원 여론 조작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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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파업을 하루 앞둔 30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라인이 결국 멈춰 섰다. 지난달 28일 정제 공정 자재 소분 부문의 부분 파업으로 시작된 긴장은 1일 사상 초유의 전면 파업으로 이어졌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상을 요구하며 강행된 이번 파업을 두고, 환자의 생명권과 글로벌 신뢰를 볼모로 한 ‘명분 없는 떼쓰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닷새간 전면 파업을 진행한다.
노조는 별도의 단체 행동에 나서는 대신 연차 휴가를 내고 업무에 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에 나선다.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지만, 노조는 2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5년 평균 보수는 1억14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존 림 대표 취임 당시인 2021년(7900만원) 대비 무려 44%나 급증한 수치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20대이고 평균 연령이 30세에 불과한 ‘젊은 조직’에서 이 정도의 보상을 유지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처우다.
고용 안정성 역시 독보적이다. 설립 14년 만에 평균 근속연수 5.3년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직률은 3% 미만으로 사실상 이탈자가 거의 없는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또한 3년 연속 연봉의 최대 50%에 달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으며, 국내 업계 유일의 개인연금 지원(연 300만원 수준) 등 현금성 복리후생도 탄탄하다.
그럼에도 노조는 평균 14%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과 주요 경영 및 인사권 행사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안에 담았다.
반면 사측은 총 6.2%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10%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규모 성과급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가져올 치명적인 결과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1년 365일 24시간 멈춤 없는 ‘연속 공정’이 필수적이다.
공정이 조금이라도 차질을 빚을 경우 수개월간 배양한 의약품이 전량 폐기될 수 있으며, 실제 사측이 추산한 피해 규모는 약 64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모델은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가 생명인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노조는 총파업 결의 후 영문 보도자료를 배포해 글로벌 고객사들에 ‘공급망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알리기까지 했다. 스스로의 일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암이나 희귀질환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은 산업의 본질적 가치를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제품의 변질·부패 방지를 위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며 일부 공정에 대해 파업 제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쟁의권의 한계를 명확히 하며 필수 설비 가동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재성 지부장은 부분 파업이 시작되고 전면 파업이 시작된 시점까지 휴가를 내고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은 투쟁 현장에 세워두고 정작 사측과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이중적 태도에 사내 여론도 차갑게 식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조 단톡방을 통해 특정 게시물에 유리한 댓글을 달라는 ‘여론 조작 지시’와 비조합원에 대한 ‘가스라이팅’ 정황까지 포착되며 노조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존 림 대표는 지난 30일 타운홀 미팅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소통 부족에 대해 사과하며 ▷인위적인 인력 재배치 및 40세 이상 희망퇴직 배제 ▷인사 평가의 투명성 강화(상위 고과 제3자 검증) ▷부족 인력 즉각 충원 등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했다.
경영진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의 성의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전날 고용노동부 중재로 이뤄진 노사 대화 후 “중재 자리가 안건을 대화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도 휴가 중인 박 지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쟁의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기본권이지만, 국가 전략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단체 행동에는 그에 걸맞은 엄중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다른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경고한 상황”이라며 “정당한 권리 주장도 생명 존중과 사회적 공감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