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사례 다른 결론”…산업계, 엇갈린 사용자성 판단에 ‘혼돈’ [비즈360]

전남·경남 판정 엇갈려…유사 사안도 결론 달라
건설업도 지역별 판단 차…원청 책임 범위 불명확
판정문 비공개 기간에는 빠른 근거 확인도 어려워
“1차 관문 지노위 기준 제각각” 현장 혼란 확대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한화오션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산업계 혼선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사한 사안임에도 지방노동위원회마다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가 나오며, 교섭 대상과 책임 범위를 두고 현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의 위탁 급식업체인 웰리브지회와 관련해 금속노조가 제기한 동일 취지의 시정 신청을 인용했다.

유사 사례·동일 업종도 지역별 판단 갈려


두 사례는 모두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상반됐다. 앞서 전남지노위는 원청의 관리·감독 여부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 등 실질적 이유에 근거해 미공고 판단을 내렸다. 통상 타워크레인 조종 업무는 원청의 공정 일정에 맞춰 유기적으로 운영되며, 작업 지시와 관리·감독 측면에서 원청과의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무로 평가된다.

반면, 위탁 운영되는 단체급식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식사가 제공되는 형태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큰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경남지노위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판정 결과를 인정한다”는 입장만 회사측에 전했다. 원청과의 업무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타워크레인 조종사 사례에서는 미공고 판단이 내려지고,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높은 위탁 급식업체 근로자 사례에서는 공고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아예 동일 업종 내에서도 지역별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일부 건설사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반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다른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노위마다 판단이 엇갈리며 건설업계는 일관된 대응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판단 근거 즉시 확인 어려워…산업 전반 파장 가능성


이 같은 판단의 차이는 구체적인 근거를 즉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혼선을 키운다. 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은 결정일로부터 30일이 지나서야 공개되기 때문에, 노사 모두 판단의 배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유사 사건 대응이나 교섭 전략 수립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지노위의 결정이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여부는 노조법 적용의 초기 단계에서 결정되는 사안으로, 이 판단에 따라 원청의 교섭 의무 발생 여부가 사실상 갈리게 된다. 일단 공고가 이뤄지면 원청은 교섭 테이블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므로 지노위별 판단 차이는 기업의 리스크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위탁 급식업체 사례처럼 원청에 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해석이 확산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판단이 일반화되면 주요 대기업들도 외부 급식업체 노조와의 교섭 요구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당장 웰리브만 하더라도 한화오션뿐 아니라 경남지역 홈플러스 전 매장, 신한중공업, 새만금개발공사 등 전국 50여개 사업장에서 단체급식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정 노조법의 1차 관문인 지방노동위원회가 각각 다른 방식과 잣대로 사안을 판단하면서 현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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