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의중’ 담긴 이례적 원포인트 인사…사업 쇄신·노조 변화 메시지 [삼성 TV 수장 전격 교체]

삼성전자 ‘TV 수장 교체’ 결단 의미
이원진 사장, 콘텐츠·마케팅 전문가
광고·서비스 중심 전환 적임자 평가
DX 쇄신, 강성 노조에 절박함 전달

지난달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평택=윤창빈 기자

삼성전자가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 상반기에 이례적으로 TV 사업부 수장을 전격 교체한 것을 두고 세트(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현재 강성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생활가전(DA)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 설명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 방안을 수립한 데 이어 TV 사업 수장까지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면서 DX부문 전반의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미국발 관세 압박과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가전·TV 사업이 고전하며 생존 여부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반도체 임직원 중심의 성과급 투쟁을 벌이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TV 사업의 반등을 이끌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원진(사진) 신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구글 부사장 출신의 콘텐츠·서비스·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된다.

2014년 삼성전자 VD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된 이 사장은 2020년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도 겸임한 이력이 있다.

당시 TV와 모바일 서비스 사업을 아우르며 삼성전자 완제품을 콘텐츠·광고·플랫폼 수익으로 연결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2023년 말 상담역으로 물러나며 현업에서 잠시 멀어졌지만 2024년 11월 정기 인사를 통해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에 선임되며 1년 만에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번 원포인트 인사로 이 사장은 약 2년 6개월 만에 TV 사업부로 복귀하게 됐다. 그만큼 이 사장에 대한 내부 신뢰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 사장을 신임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으로 투입한 것은 TV 시장의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 속에서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콘텐츠·광고·서비스 기반 수익 모델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이 맡게 된 TV 사업은 최근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와 중국산 TV의 공세 등으로 고전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인상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덮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가전·TV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에는 적자 폭이 6000억원까지 확대되며 연간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초래했다.

올해 1분기는 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를 면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내내 수익성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한 용석우 전임 VD사업부장은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된 우려에 대해 “TV 디바이스를 통해 서비스 사업도 같이 하고 있어서 우려하는 만큼 어려운 처지가 아니다. 여러 예측이 나오는데 많은 부분이 과장된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바 있다.

적막감이 흐르고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모습. 평택=윤창빈 기자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9월 VD사업부에 대해 경영진단에 착수하며 쇄신 의지를 드러내왔다. 최근 TCL·하이센스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는 현지 시장에서 판매 중단도 결정하며 수익성이 낮은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비용 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이 사장으로서는 TV 시장의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 속에서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콘텐츠·광고·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며 수익 모델을 강화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차별화된 제품·마케팅 전략과 선제적인 서비스 비즈니스 대응으로 글로벌 TV 시장 1위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전공 분야인 디지털 마케팅과 광고, 인공지능(AI) 서비스 연결 등을 통해 TV 사업 반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오는 6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대형 스포츠 이벤트 수요를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선보인 마이크로 RGB TV를 비롯해 OLED·네오 QLED 등 프리미엄 TV 전 라인업은 물론 미니 LED와 UHD를 포함한 보급형 라인업까지 AI TV 기능을 모두 적용했다. AI 기능을 모든 TV 라인업에 탑재하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출하량도 늘려 AI TV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 사장이 콘텐츠·서비스·마케팅 전문가인 만큼 AI 기능을 앞세운 서비스 비즈니스를 통해 TV 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TV 시장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글로벌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 시장에서도 수익원 확보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침체된 TV 수요를 상쇄하기 위해 자사 삼성 TV 플러스 같은 광고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김현일·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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