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산모 진료, 두 생명 책임지는 일”

박인양 서울성모 권역모자의료센터장
“고위험 산모 느는데 전문인력 태부족”
“1만명 분만 도왔지만, 늘 두려움 앞서”
“소방관에 책임 묻나…인식 변화 필요”


박인양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겸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고위험 산모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시간이 갈수록 더 두렵고, 부담감이 앞서는 일.”

저출생 기조와는 반대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고위험 산모. 그 어느 때보다 능력 있는 산과 의사가 필요하지만, 산과를 지망하는 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고위험 산모들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의사가 있다. 바로 고위험 산모 치료 전문가이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인양 산부인과 교수.

23년간 산과 의사로 일하며, 두 손으로 받은 아이들의 수만 1만명 이상. 각지에서 찾아온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돌보는 것도 일상이다. 베테랑 의사도 환자들을 마주하는 건 늘 두렵고 무서운 일. 특히 자신을 믿고 찾아온 고위험 산모들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경험이 쌓이는 만큼, 예상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한 걱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고위험 산모들 몰려…부담감도 ‘막중’=6일 박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받는 스트레스나 두려움은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며 “(누군가의 생사는) 도저히 무뎌질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그중에서도 산과 진료를 맡게 된 것은 2003년. 그 이후로 박 교수는 매년 500명에서 600명가량의 분만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까지 많게는 1만2000명의 새로운 생명을 받아낸 셈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의 환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박 교수는 국내에 몇 없는 고위험 산모 치료 전문가. 한 명의 의사가 두 생명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자리다.

물론 보람도 작지 않다. 박 교수는 “한 생명을 세상에 온전히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의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기쁨”이라며 “위급한 순간을 넘기고 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의 경외감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박 교수를 찾아 무사히 출산에 성공한 사례들에 대한 기억이 남다르다. 희망의 끈을 놓으려 했던 산모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줬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박 교수의 환자는 전국 각지에서 몰린다. 일상 생활은 그야말로 ‘전쟁’. 병원에서 대기하는 당직 일자가 정해져 있지만, 그 외의 시간도 안심할 수 없다. 외래진료를 담당했던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쉬는 날에도 만사를 제쳐두고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박 교수는 누구보다 끈질기고 친절하게 환자들을 상대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단순히 분만이나 치료를 하는 것을 넘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산모들을 안심시키고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산모들 사이에서 ‘갓(GOD)인양’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같이 생각해 주고 고민해 주는 것, 눈높이를 맞춰주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며 “또 하나는 스스로 겁이 많아서, 항상 수술하거나 하면 쉬는 날에도 나와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자주 보이니 안심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출생 시대, 고위험 산모는 더 위험하다=갈수록 고위험 산모가 늘어나며, 분만 현장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임신 연령 자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를 분만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다.

박 교수는 “전국적으로 고위험 산모를 분만할 수 있는 산과 모체태아 분야 교수의 수는 100명 남짓으로 알고 있다”며 “고위험 산모가 늘어나면서 전문 인력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과에 대한 기피 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는 어쩔 수 없는 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고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나중에 화재에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수도권에서 유일한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선정됐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진료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인 사업이다. 박 교수는 센터장을 맡게 됐다.

박 교수는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임신부터 분만과 신생아 치료까지 ‘단절 없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적 인프라”라며 “중증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고위험 분만 대응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