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초기업노조에 사과요청 공문 발송…DS 노조도 분열조짐

총파업 앞두고 잇단 내분으로 와해 위기
동행노조 탈퇴 이어 노조 공동대응 전선 무너져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 독단적 결정 도마에
초기업노조 출범 후 3년째 대의원 제도 미운영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4·23 투쟁 결의대회 모습.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 3개 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전국삼성전자노조·삼성전자노조 동행)이 모여 출범한 공동투쟁본부가 이달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잇단 내분으로 사실상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과반 노조 자리를 꿰찬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두 노조가 초기업노조의 차별대우와 협박성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노노(勞勞)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조합원 중심의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DS 조합원이 많은 초기업노조를 겨냥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DS부문 노조 간의 분열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 초기업노조 측에 ‘조합원 의견 수렴 활동에 대한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 유감 표명 및 사과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삼노 소속 이호석 지부장이 모바일·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자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이를 문제 삼으며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전삼노의 주장이다.

전삼노는 공문에서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성토하며 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아울러 “DX와 DS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전삼노는 공문과 함께 카카오톡 메신저 ‘DX 토론방’에서 최 위원장을 겨냥해 조합원들이 쏟아낸 발언들도 일부 공개하며 수위를 높였다.

DX조합원들은 “맘에 안 든다고 동행(DX노조)을 교섭장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렸다”, “초기업노조 DX지부를 새로 만들자” 등의 의견을 내놨다.

앞서 삼성전자 3개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금 교섭을 위해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올 3월부터는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해 공동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DX부문 임직원 중심의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이 지난 4일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결정하며 6개월 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 노조를 향한 지속적인 공격과 비하 사례가 계속되고, 심지어 어용노조라는 도가 지나친 악의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탈퇴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교섭정보 공유를 거부하거나 우리 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비하가 지속되는 경우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해 노노 갈등이 자칫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업계에서는 이달 21일 예고된 총파업을 앞두고 노노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사실상 노조의 공동대응 전선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성과급 투쟁을 전면에서 주도하고 있는 초기업노조의 협상 대표성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기준 7만3306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초기업노조는 단일 조합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지만 그동안 DS부문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초기업노조가 과반노조 유지와 파업 강행을 위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DX부문 임직원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DS부문만의 결속을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든 의사결정을 최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하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통상 수 천명이 가입한 노조는 집행부의 독단적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대의원을 두고 있지만 초기업노조는 2023년 1월 출범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미 DX부문 조합원들이 초기업노조에서 대거 이탈한 데 이어 동행노조의 공동투쟁본부 탈퇴, 전삼노의 사과 요청 등으로 초기업노조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동교섭단을 탈퇴한 동행노조는 앞서 회사 측에 직접 개별교섭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2024년 9월 진행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전삼노가 2027년 2월까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해 개별 교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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