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23RF]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성인 자녀의 직장 업무에까지 개입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늘면서 기업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자녀의 연봉 협상에 동석하거나 인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리멤버’에는 ‘회사가 학교인가 아니면 부동산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개발직에 종사하는 A씨는 신입사원의 어머니가 연봉계약서를 함께 검토하겠다며 회사를 직접 방문했다고 밝혔다.
A씨는 “연봉이 이거밖에 안 되는 게 말이 되냐고 애 스펙을 보면 훨씬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연봉 구간이 정해져 있는 거라 매년 높아질 거라고 겨우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계약서도 아니고 아무리 사회초년생이라도 엄마가 계약서를 같이 검토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황당해했다. 당사자인 신입사원은 그 자리에서 쥐 죽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불과 몇 달 전 지인 회사로 직원 아버님이 찾아와 ‘내 자식 괴롭힌 사수 나와라’라고 소리를 질렀다는데 우리 회사에서 더 굉장한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자재·재고 직종에 종사하는 B씨는 “임원 면접 보는데 아버지가 같이 따라 들어와서 ‘우리 아이가 일할 첫 직장이라 부모 된 마음으로 따라왔다’고 한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C씨는 더 황당한 경험을 전했다. 인턴으로 근무 중인 자녀의 어머니가 직접 전화를 걸어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니 일찍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C씨는 해당 통화 내용을 녹음해 인턴 평가에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엔지니어 D씨는 수습 직원의 부모가 입사 첫날 전 직원에게 햄버거를 돌리고, 인사팀장과 대표를 직접 면담하고 돌아간 사례를 소개했다. D씨는 “그 직원 얼마 뒤 사수한테 혼났는데 그 다음 날부터 무단결근을 했다”며 “전화했더니 부모가 받아서 ‘내 자식 그 회사 못 보내겠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낯설지 않다. 국내 100대 기업 인사 담당자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인 14명이 “본인이나 동료가 직원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락을 해온 주체는 어머니가 78.6%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아버지는 7.1%에 불과했다.
연락의 내용은 자녀의 휴가 일정 조율 요청부터 연봉 협상 개입, 부서 배치에 대한 이의 제기까지 다양했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업무 처리에 혼선을 줄 뿐 아니라, 해당 직원에 대한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 현상의 배경으로 저성장 시대의 사회·경제적 불안과 자녀의 성패를 부모 책임으로 보는 뿌리 깊은 인식을 꼽는다. 취업난과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환경이 맞물리면서 부모의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34세 자녀를 둔 45~69세 부모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명 중 2명은 자녀의 성공과 실패를 부모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모의 지원이 자녀 개인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부모 세대는 이런 인식에 기반해 자녀에게 더 지원하거나 관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