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4인 체제 재가동 임박…성패 가를 ‘이것’은?

지난 7일 민지 합류 긍정 논의
팬덤 버니즈 VS 대중 반응 달라
‘뉴진스 2.0’이 내놓을 음악 주목

 

[어도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뉴진스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뉴진스(NewJeans)는 사실상 다니엘을 제외한 4인 체제로의 복귀 시동을 걸며 K-팝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었던 분쟁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가요계에 따르면, 뉴진스 ‘4인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조짐이다. 앞서 어도어(ADOR)는 멤버 민지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복귀 협의가 ‘최종 조율’ 단계라고 귀띔한다. 이미 복귀를 확정한 하니, 해린, 혜인은 새로운 활동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코펜하겐에서 날아온 ‘재가동’의 바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달군 것은 뉴진스의 세 멤버 하니와 해린, 혜인의 ‘덴마크 코펜하겐’ 목격설이다. 코펜하겐에 있는 한 녹음 스튜디오 일정표에 ‘어도어’ 이름으로 예약된 일정이 포착, 뉴진스가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어도어는 이에 “멤버들은 현재 컨디션과 각자에게 최적화된 스케줄에 따라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멤버들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가장 좋은 시점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코펜하겐 목격설’과 함께 복귀 기류에 정점을 찍은 것은 ‘민지 합류’ 소식이다. 2024년 11월 전속계약 분쟁 이후 민지는 뉴진스 가운데 가장 애매한 위치에 놓인 멤버였다. 세 멤버는 돌아왔고, 다니엘의 이탈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민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일 어도어는 “민지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에서 협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식화하며 4인 체제의 퍼즐을 맞췄다.

특히 뉴진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민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해피 민지 데이(HAPPY MINJI DAY)’ 게시물이 올라왔다. 민지는 생일을 맞아 팬들이 준비한 생일 카페에 방문, 직접 구운 500개의 쿠키와 손편지를 남겼다. 게시물 속 쿠키에는 멤버 하니의 도움이 담겼음을 암시하는 표기가 포함돼, 멤버들 간의 여전한 유대를 보여줬다.

그룹 뉴진스. [어도어]

 

2024~2026 ‘계약의 전쟁터’, K-팝 민낯 드러낸 연대기

뉴진스의 4인 체제가 성립되기까지의 지난 2년은 K-팝 산업의 민낯을 드러낸 연대기였다.

2024년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이 사건은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기업의 소유권이 충돌한 상징적 사건이 됐다. 민 전 대표의 해임 이후 뉴진스는 ‘민 대표 없는 어도어와 함께 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주장했다. 이듬해 법원은 시스템의 손을 들어주며 전속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하니, 해린, 혜인은 팀의 존속을 위해 어도어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셋은 돌아왔으나 또 한 사람은 떠나야 했다. 다니엘이다. 하이브는 어도어와의 계약 분쟁을 일으킨 중심에 다니엘 가족이 있다고 보고, 43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도어의 신청에 따라 다니엘 모친의 부동산(20억 원)과 민희진 전 대표의 부동산(50억 원)에 대한 가압류를 인용했다. 가압류 인용은 법원이 어도어 측 청구에 일정 부분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향후 본안 재판에서 다니엘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뉴진스 다니엘과 민희진 대표. [연합]

어도어는 이제 ‘새로운 뉴진스’를 만들 채비에 돌입했다. 하이브가 구축하려는 서사는 명확해 보인다.

‘뉴진스’라는 슈퍼 지식재산권(IP)은 특정 개인의 창작물이 아닌,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한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뉴진스의 성공에는 민희진의 크리에이티브뿐 아니라 하이브의 인프라와 방탄소년단(BTS) 이후 구축된 글로벌 유통망, 해외 PR 네트워크가 결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법원 판결을 통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법원은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이 계약 위반이나 신뢰관계 파탄의 직접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 이에 따라 멤버들의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K-팝 산업에서 프로듀서 교체나 내부 갈등만으로는 장기 전속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겼다. 뉴진스 사태는 K-팝이 ‘감정 산업’인 동시에 얼마나 거대한 ‘계약 산업’인지를 전 세계에 노출한 사건이었다.

업계가 하이브의 손을 들어주는 것 역시 K-팝은 일반 음악 산업보다 강력한 선투자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습생 육성부터 해외 마케팅, 콘텐츠 제작, 팬 플랫폼 운영까지 막대한 비용이 선행된다. 회사 입장에서 “계약 안정성은 산업 유지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만약 이번 사례가 자유로운 계약 파기의 선례가 되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뉴진스 4인 체제? “현상은 사라져도 브랜드는 남는다”

하이브는 이제 ‘민희진 없는 뉴진스’를 통해 시스템의 완성을 증명해야 한다. 덴마크 목격설에서 드러난 비주얼의 변화는 하이브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해외 작곡가진, 세계적 디렉터 등)를 총동원한 결과물이다.

다만 대중의 반응은 묘하다. 도덕적 비판과 팬덤의 트럭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시장 지표는 뉴진스의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뉴진스.[헤럴드DB]

뉴진스는 활동 중단 상태임에도 존재감은 여전하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 1~3월까지 뉴진스는 톱400 차트에 무려 10곡(2.2%)을 올려놔 점유율 6위를 기록했다. 애플뮤직 톱100 차트에서도 12일 기준 ‘하우 스위트’(26위), ‘하이프 보이’(44위), ‘어텐션’(46위), ‘버블 검’ (67위), ‘OMG’(89위)가 올라와 있다.

이제 관건은 ‘뉴진스가 어떤 옷을 입느냐’다. 그간 뉴진스는 기존 K-팝 걸그룹과는 다른 공기를 가진 팀이었다. 과장된 세계관 대신 일상적 감수성을 내세웠고, 과도한 퍼포먼스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강조했다. 1990~2000년대의 노스탤지어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과 비주얼은 ‘Z세대(1997~2011년에 태어난 세대)의 공기’를 정확히 포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존 카라마니카가 뉴진스와 민 전 대표, 하이브 사태를 “최근 K-팝에서 가장 상징적인 노동 분쟁 중 하나”라고 평가한 것은 이 그룹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하이브는 이들이 잘하는 방식으로 뉴진스 2.0의 ‘서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특정 창작자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회사 시스템 안에서 뉴진스라는 브랜드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어도어는 앞서 코펜하겐 목격담에 대해 “뉴진스의 새로운 음악적 서사를 담기 위한 사전 프로덕션 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글로벌 팬덤의 반응은 격렬하다. 지난 11일 하이브 사옥 앞에서 진행된 트럭 시위는 다니엘에 대한 소송 취하와 5인 완전체 활동 보장을 촉구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브라질 등 36개국 1만2357명 팬이 서명한 탄원서는 대형 기획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비판한다. 그럼에도 대중은 새로운 뉴진스가 내놓을 결과물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서히 복귀 전열을 갖춰가고 있는 뉴진스의 성패는 사실 법원이 아니라 음악이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도 “노래만 좋으면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대로 음악적 완성도가 이전만 못하다면, 브랜드는 유지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문화적 영향력을 되찾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뉴진스가 이전의 감성이나 그만큼의 현상을 유지하진 못할지라도 결국 브랜드는 남을 것”이라고 봤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