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독이 된 장기채권…금융권 유가증권 손익 ‘반토막’

지난 4분기 유가증권 손익 전분기比 48.7%↓
시장금리 상승 따른 수익증권 평가손실 확대
금융사 “장부상 일시 손실…만기 시 수익 확보”


시장금리 상승으로 단기자금 수익률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채권형 수익증권 등에서의 평가손실이 확대되면서 금융권의 자금 운용 실적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형 수익증권 등 평가손실 확대로 금융권 유가증권 손익이 1개 분기 만에 절반 수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및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유가증권(이자이익 포함) 분기별 손익은 지난해 말 1조74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3조3980억원) 대비 48.7%(1조6549억원)나 급감한 수치다.

유가증권 손익은 금융사가 운용 중인 주식·채권의 평가액과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이익 등을 합산한 지표다. 금융사는 통상 채권, 수익증권, MMF(초단기 채권형 펀드) 등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중심으로 자금을 굴린다.

금융사의 유가증권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은 가파르게 치솟은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분기 말 2.590% 수준이었으나, 올해 동기 3.378%까지 뛰었다. 5월 들어서도 3.585%를 기록하는 등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더 높기 때문에, 낮은 이자를 주는 기존 채권의 매력(몸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대거 사들인 장기 채권들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거액의 ‘평가손실’로 돌아온 배경이다. 코스피 지수가 성장세를 보임에도 채권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금융사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율 상승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외화자산의 손익 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분기별 원달러 매매기준율(평균 환율)은 4분기 1450.98원으로 직전 분기(1385.28원)보다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1465.16원까지 치솟으며 전 분기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러한 환율 변동은 외화자산 평가손실로 이어져 전체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금융권은 현재의 손실이 장부상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사가 보유한 수익증권 상당수가 ‘만기매칭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운용 기간 중 금리 변동에 따라 서류상 평가손익은 낮아질 수 있지만,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투자 시점의 목표 수익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의 평가 가치는 낮아졌지만, 신규 투자 시에는 더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기회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고금리 채권 편입을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외화환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 헤지(위험 분산)를 강화하고 있으며, 채권 손익 방어를 위해 금리 민감도가 낮은 단기·중기채 비중을 확대하는 등 듀레이션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해 왔으나, 최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채권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려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시사하며 긴장감을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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