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사 가라” 한국서 싹쓸이…일본인들 “차원이 달라” 우르르, 뭐길래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123rf]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한국 전통시장 방앗간이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광 코스로 떠올랐다. 공장에서 만든 기성 제품과는 다른 깊은 풍미에 주문 즉시 기름을 짜내는 이색 체험까지 더해지며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방앗간에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구매하려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방앗간은 하루 방문객 대부분이 일본인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SNS와 유튜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국민 걸그룹 AKB48 출신 방송인 사시하라 리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불닭볶음면에 참기름을 넣어 먹는 방법을 소개하며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감탄했다. 약 4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일본 모델 하루나 역시 한국 여행 브이로그를 통해 서울의 한 방앗간을 방문해 직접 기름을 짜는 모습을 공개했다.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서울 여행 시 꼭 들러야 할 장소로 전통시장 기름집을 추천하는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원하는 양만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짜 병에 담아준다”, “마트에서 파는 기름과는 차원이 다르다”, “병을 여는 순간 향이 확 퍼진다” 등의 후기를 남기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방앗간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즉석 압착’ 경험에 있다. 참깨와 들깨를 저온에서 은은하게 볶아 주문과 동시에 기름을 짜내는 과정 자체가 신선한 체험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제조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 제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도와 풍미가 일본인들의 취향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채널A 인터뷰에서 “향이 전혀 다르다”, “빨리 일본에 돌아가 나물 요리를 해 먹고 싶다”, “뒷맛이 깔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입소문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방앗간 업주는 “소매 매출의 98%는 일본 분들이 올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이 많이 찾자 이 방앗간은 일본어를 하는 직원도 추가로 뽑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외국인들이 진짜 맛있는 걸 안다”, “이젠 방앗간도 관광 코스가 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들기름 너무 사 가서 가격 오른다”, “제발 그만 사가라. 우리 먹을 것도 없다” 등 농담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는 이러한 현상을 일본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 변화와 연결해 보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프랜차이즈 대신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노포 등을 찾는 ‘현지 체험형 관광’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현지인의 일상과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방앗간 같은 소규모 공간까지 새로운 관광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가 콘텐츠를 넘어 생활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일상적인 먹거리와 로컬 체험 자체가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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