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사건 용의자’ 낙인, 국가 배상 소송
1심 법원서 일부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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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던 고(故) 홍성록 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홍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측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법원은 국가가 홍씨의 자녀 2명에게 각각 3857만원씩 배상하라고 했다.
홍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로 지목돼 1987년 영장 없이 연행됐다. 7일간 경찰 조사를 받으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제3차·5차·6차 사건에 대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경찰은 홍씨가 연행된 지 이틀 만에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를 검거해 범행 일부를 자백받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홍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상당 기간 경찰의 동향 감시와 주변 탐문 대상이 됐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지 못한 채 2002년 3월 숨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홍씨에 대한 불법체포·감금, 허위자백 강요, 증거 조작, 피의사실공표 및 동향 감시 등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홍씨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로 인해 홍씨와 유족이 입은 정신적·경제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홍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 피해는 단순히 일주일간의 불법 구금이 아니라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수십 년간 ‘화성 사건 용의자’라는 낙인이 이어졌다는 점”이라며 “판결에 그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론 종결 이후 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통해 원고들에게 각 1억 7000만원 이상의 배상을 권고했었는데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선고 금액이 크게 줄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당사자들과 상의해 항소를 제기할 것 같다”며 “홍씨와 가족들이 오랜 기간 낙인 속에서 살아온 고통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진범 이춘재가 2019년 9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행을 자백하면서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또 다른 피해자인 윤성여 씨도 앞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11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 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면서 윤 씨에게 18억6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불법 체포, 가혹 행위, 수사의 위법성과 국과수 감정 과정 및 결과의 위법성은 인정하지만 검찰 수사의 위법성은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피고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위법성을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