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채 장기물 금리, 사상 최고치 경신
“시장과 소통 더 어려워져”…美 장기 금리도 상승세 “어려운 환경”
![]() |
| 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회의적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입장을 바꿔 19일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 밝혔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추경은 필요하지 않다”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가 국채 발행 우려가 커지며 초장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19일 열린 여당 연립정권 회의에서 “지난주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에게 추경 편성을 포함한 재원 조달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카이치 총리와 카타야마 재무상은 추가 재정 투입이나 신규 국채 발행 필요성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오르고, 각종 지원 대책의 재원이 고갈될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결국 추경 편성으로 갈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추경이 경기부양보다는 물가·에너지 지원 대책 재원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재원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 국채 발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파리를 방문 중인 가타야마 재무상은 추경 세부안 논의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뜩이나 ‘책임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우며 확장 재정을 지향하던 다카이치 총리가 예산안 처리 후 한달여만에 추경까지 언급하게 된 것은 다카이치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초에도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예정 시한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논의가 지연되며 목표 시점을 넘겨 예산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추경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시장과의 소통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까지 더해져, 이날 일본 국채시장에서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혼생명연구소의 야지마 야스히데 수석연구위원은 “몇 달 전보다 시장과의 소통이 훨씬 어려워졌다”며 “추가 국채 발행에 시장이 훨씬 강하게 반응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 환경이 크게 변했다며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야지마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가 차입에 나설 경우 기초재정수지 흑자 기조 유지 방침 등을 내세워 시장을 설득하려 할 수 있지만, 현재 환경에서는 이런 설명만으로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입장 변화는 가타야마 재무상이 불과 지난 15일에도 “추경이 시급하지 않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당시 일본 정부는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이 글로벌 시장 흐름의 영향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기무라 다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은 인플레이션 위험 프리미엄 확대를 보여준다”며 “투자자들은 고유가, 다카이치 총리의 추경 추진, 일본은행(BOJ)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 등을 반영해 고정수익 자산의 실질가치 하락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의 한 주유소 [AFP] |
다카이치는 이날 7~9월 에너지 보조금을 다시 시행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여당에 “가계 에너지 비용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이번 달과 다음 달에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휘발유 가격을 톤(t)당 170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예비비를 사용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수준의 보조금(톤당 약 42.6엔)이 유지된 경우 재원이 다음달 29일께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나가와대 오카와 지히로 정치학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위험보다 적극적 대응을 통해 지지를 얻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 판단이 결국 좋은 결과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