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저 희토류 전쟁 시작됐다”…15개국 부산 집결

전기차·반도체 핵심 광물 확보 경쟁 본격화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심해저 개발 환경기준 논의
KIOST “환경·개발 균형 위한 국제 기준 마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핵심 원료인 희토류·코발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15개국 전문가들이 부산에 모여 심해저 자원개발과 해양환경 보전 기준 마련에 나섰다. 심해저 광물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환경기준 주도권 경쟁도 동시에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국제해저기구(ISA)와 공동으로 ‘서태평양 지역환경관리계획(REMP)’ 워크숍을 열고 심해저 개발 과정에서 적용할 환경보전구역과 관리 기준 등을 논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으며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15개국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했다. 2018년 중국 칭다오에서 REMP 논의가 시작된 이후 국내에서 현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MP는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개발 과정에서 해양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 환경관리 체계다. 향후 국제해저기구(ISA)의 개발권 승인 과정에서 핵심 기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논의 대상인 서태평양은 고코발트 망간각(CFC) 탐사광구가 집중된 지역이다. 고코발트 망간각은 코발트와 니켈, 구리, 희토류 등이 포함된 심해저 광물 자원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반도체, 풍력발전 등 미래 산업 핵심 원료로 꼽힌다.

특히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영구자석,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한 전략 광물이다. 최근 미·중 공급망 갈등과 자원 무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심해저 광물 개발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서태평양 해역에는 한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이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실제 한국은 서태평양과 인도양, 북동태평양 등에서 총 5개의 심해저 탐사광구를 확보해 우리나라 면적보다 넓은 11만5000㎢ 규모 해양경제 활동 영역을 확보한 상태다.

KIOST는 2022년부터 서태평양 해저산 9곳에서 생물다양성 조사와 환경영향 평가를 진행하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환경보전구역 설정과 환경 모니터링 기준 마련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동안 서태평양 REMP는 환경보전구역 설정 등을 둘러싼 국가 간 이견으로 논의가 장기간 답보 상태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부산 회의에서 핵심 의제에 대한 실질적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국제 기준 마련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8년 가까이 합의가 쉽지 않았던 핵심 쟁점에서 이번 부산 워크숍을 통해 실질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며 “30년간 축적한 심해 탐사 역량을 바탕으로 환경과 개발의 균형을 이끄는 국제 논의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호세 다요 모로스 ISA 환경관리·광물자원 사무국장은 “심해저 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환경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참여국들이 현장 경험과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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