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공식화 시도에 걸프 5개국 “위험한 선례” 반발

통항 대가로 최대 200만달러 요구
“국제수역 통제 선례 우려”반발…IMO도 반대

오만 무산담 해안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과 유조선이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사실상 공식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오만과 논의하자, 걸프 지역 5개국이 공동 서한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공식화 하려는 이란의 시도에 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지역 5개국은 공동 서한을 통해 “위험한 선례”라 비판하며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아민 네자드 주프랑스 이란 대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오만은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항행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이는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며, 이 항로의 혜택을 원하는 국가들도 당연히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체계는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며 “현재 상황 개선을 원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걸프 5개국은 이날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출한 공동 서한에서 이란의 해협청 설립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시도를 공식 거부했다. 이들 국가는 서한에서 “이란이 주장하는 항로는 선박들을 자국 영해 내 항로로 강제 유도해 통행료를 부과하고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라며 “이란의 제안 항로와 해협청을 대안 체계로 인정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해협 통행료를 두고 걸프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선주들이 이란 측 요구에 협조할 경우 중동 주요 산유국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알 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한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로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항행의 자유는 끝난다”며 “지금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그 후폭풍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자유롭게 운영되길 원한다”며 “통행료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 원유 수송 요충지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평상시 하루 약 135척의 선박이 오갔지만,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통행량은 급감했다.

현재 이란은 자국 관할권 범위를 확대해 새 항행 규정을 도입했다. 가장 좁은 지점 폭이 약 39km인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은 새로 설립된 ‘페르사아만 해협청(Persian Gulf Strait Authority)’과 협의해야 한다. 안전 통항 대가로 최대 200만달러를 요구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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