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 “종묘 보호 원칙대로”…대화의 문은 열어둬

종묘 앞 세운4구역 갈등에 원칙 고수
“복합유산 종묘의 보편적 가치 수호”

종묘제례 [한국관광공사 제공]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갈등과 관련해 “문화유산 보호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묘 갈등에 대해 “문화재 보호라는 대의를 중심에 두고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6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종로구청에 ‘세계유산 종묘와 그 역사 문화환경 보호에 필요한 조치이행 명령’을 내리며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사업 시행 변경 계획을 보완·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SH는 국가유산청의 이행 명령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갈등은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건물 높이를 최고 145m 안팎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종묘의 역사 문화환경과 주변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간 국가유산청은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27일 국가유산청이 주최한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 행사에 참가한 허민 국가유산청장 [국가유산청 제공]

허 청장은 국가유산청이 발동한 사상 첫 강제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계속 대화를 나눴지만 서울시가 통합심의를 열고 세운4구역 사업의 인가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이 강행될 경우 오는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가 공식 보존 의제로 상정되거나 세계유산 지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종묘가 건축물 자체의 세계유산 가치뿐 아니라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까지 포함한 복합유산인 만큼,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강한 대립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세계유산 종묘의 역사 문화환경을 지키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유네스코의 한양도성 실사 등의 일정을 고려해 서울시도 조율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속 대화를 시도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네스코 등재 문서에서는 종묘의 주변 경관 보전 필요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등재 심사 당시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유산 구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 경관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유산협약에 따르면, 등재 당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을 상실할 경우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될 수 있다. 실제로 오만 아라비안 오릭스 보호구역,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 등 세 곳은 이러한 사유로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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