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금 60억원 투입…지자체 입찰
대형사부터 디지털 보험사까지 채비
“정책자금·상품차별화로 시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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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가 사망하거나 중대질병에 걸렸을 때 보험사가 남은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이른바 ‘대출보험’이 각종 규제로 30년 가까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생명보험업계가 지방자치단체와 신용생명보험 공급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예상치 못한 위험에서 가계를 지키는 사회안전망 기능과 함께 보험업계 포용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와 6개 지자체(경남·경북·광주·전남·제주·충북)는 이달 중 ‘신용생명보험’ 공급사 선정 입찰을 진행한다.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는 물론, 중소형 생보사와 디지털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까지 다수의 보험사가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다. 올해 3분기 상품 출시가 목표다.
이번 사업은 3월 보험업권과 6개 지자체가 맺은 상생보험 업무 협약에 따른 것으로, 보험업권이 3년간 운영하는 3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이 재원이다. 6개 지자체가 생명보험 부문에 각각 10억원씩, 총 60억원이 배정됐다.
▶도입 30년에도 연 5억…시장은 왜 닫혀 있나=신용생명보험은 대출자가 사망하거나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받았을 때 보험사가 남은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 주는 상품이다. 지역 소상공인이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가입자는 기업은행 대출 시 금리 0.3%포인트 우대를 추가로 받는다. 서민금융진흥원도 햇살론 일반·특례보증 신규 이용 시 가입자의 1년차 보증료를 0.3%포인트 깎아준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보증료 인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자가 사망이나 중대질병으로 상환 능력을 잃으면 남은 빚은 가족에게 넘어가는데, 신용생명보험은 이런 빚의 대물림을 사전에 차단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 큰 병이나 사고로 몇 달 일을 쉬다 상환이 밀리면 자칫 집까지 잃을 수 있는데, 이런 위험을 적은 비용으로 덜어주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신용생명보험은 ‘대출안심보험’ 등의 이름으로 1980년대 후반 국내에 도입돼 2003년 방카슈랑스(은행연계보험)가 허용되면서 판매 채널이 확대됐다.
하지만 시장은 사실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따르면 국내 신용생명보험 연간 수입보험료는 5억원 미만으로, 전체 수입보험료의 약 0.0002% 수준이다. 미국이 약 4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800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현재 사실상 BNP파리바카디프생명만이 시장에 자리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이 KB라이프와 함께 3년 전부터 일부 신용대출자에 단체 신용생명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례 정도가 유일하다.
시장이 좀처럼 형성되지 못한 핵심 원인은 판매 채널이 작동하지 않은 데 있다. 은행 대출창구에서 보험을 함께 권유하는 행위가 끼워팔기(꺾기)로 간주할 수 있어 은행이 적극 나서지 못한 탓이 컸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보장성 상품 계약 체결을 꺾기로 간주해 제한한다. 특히 중소기업·개인신용평점 하위 10% 등 취약차주에게는 보장성 상품 계약 체결 자체가 금지된다. 오히려 신용생명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차주가 가입에서 배제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취약층 넘어 누구에게나 안전망”…활성화 조건은=업계와 학계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시장이 일정 궤도에 오를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경희 상명대 교수는 “사망이나 중증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이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신용생명보험”이라며 “포용금융을 넘어 이 상품이 활성화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한 편익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품 설계 자체의 차별화도 과제로 꼽힌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개인용 상품은 대출 잔액과 무관하게 보험금이 정액으로 고정돼 일반 정기보험과 차별성이 없다”며 “대출 잔액에 연동해 보험금과 보험료가 함께 줄어드는 체감형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매를 가로막는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약차주를 보호하려는 꺾기 규제가 정작 이들의 신용보험 가입을 막고 있는 만큼, 대출 창구에서 최소한의 상품 안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단체신용보험을 담보로 인정해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 산정 시 혜택을 주는 방안도 활성화 카드로 거론된다.
이번 사업은 3년 한시로 운영된다. 기금이 소진된 뒤에도 시장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데이터 축적과 후속 제도 정비가 좌우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책 차원의 지원으로 가입 데이터가 쌓이면 신용생명보험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입증되고, 당국과 사회의 인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