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협상 최대 암초 ‘레바논’…이란 “휴전 위반, 협상 중단”

이스라엘, 트럼프 압박에 헤즈볼라 공습 자제하다 지난달 말 재개
레바논 남부 군사작전 확대…네타냐후 “수도 베이루트 타격할수도”
이란 “레바논 휴전이 종전협상 전제조건…美와 메시지 교환 중단”
이란 외무부 “휴전 위반 책임 美에…자위권 차원 모든 역량 동원”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의 한 건물이 손상됐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급물살을 타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확대하면서 레바논 문제가 협상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HEU) 처리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였지만, 최근 들어 레바논 전선이 협상 성패를 좌우할 최대 암초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미국과 합의한 휴전의 명백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미 협상 중단 가능성은 물론 군사적 보복까지 시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1일(현지시간) 이란의 대미 협상단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종전안 합의를 위한 메시지 교환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타스님은 “레바논에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며 “레바논 안정이 지난 4월 8일 휴전 합의의 핵심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현재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휴전이 위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 협상단은 중재자를 통한 대화와 문건 교환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이 즉각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레바논 점령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저항의 축’의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어떤 대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이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이란과 미국의 휴전 가능성은 소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외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휴전 파기와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종전 협상 중단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외무부는 “미국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자행한 휴전 위반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단 하나의 전선에서 휴전을 위반하는 것은 곧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 위반을 의미한다”며 휴전 파기를 시사했다.

외무부는 그러면서 “이란은 필요할 때마다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권에 입각한 모든 역량을 지속해서 동원할 것”이라며 보복 의사도 내비쳤다.

대미 협상에 관계된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도 이날 일제히 레바논 휴전을 최우선 해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에 “즉시 주목 : 이란과 미국의 휴전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휴전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어느 한 전선에서 휴전 위반은 모든 전선의 휴전 위반에 해당한다. 무엇을 위반하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대미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도 엑스에 “미국의 해상봉쇄와 집단학살 하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자행하는 전쟁범죄의 고조 행위는 미국의 휴전 위반의 명확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확대에 대해 “현재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배후는 반드시 미국”이라며 “레바논 휴전이 종전을 위한 모든 협상의 근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중동에서 정치·외교·군사적 영향력을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원천은 저항의 축이라고 불리는 대리 군사세력이다. 이 가운데서도 레바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핵심 조직이다.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는 이스라엘과 인접, 지리적인 이유로 이란이 가용할 수 없는 지상군 역할을 대행할 수 있어서다.

이란이 종전 합의의 성패까지 걸고 헤즈볼라를 외면하지 않는 이유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네타냐후가 다히예와 베이루트를 폭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주민에 대피령을 내렸다”며 “시오니스트 정권의 거듭된 휴전 위반을 고려할 때 이런 위협이 실행된다면 점령지의 북부(이스라엘 북부) 주민과 군사 시설은 대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님뉴스는 이스라엘과 그 옹호 세력을 ‘처벌’하기 위해 이란과 저항의 축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고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포함한 새로운 전선들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휴전이 재개되지 않으면 ‘새로운 전선’을 열겠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라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를 받은 이스라엘군은 국경에서 약 10㎞ 지점에 그어 놓았던 기존 통제선인 ‘옐로라인’을 넘어 작전을 확대했고, 지난 달 29일에는 양국 국경인 ‘블루라인’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는 리타니 강을 넘었다.

또 최근에는 리타니 강 북쪽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보포르를 장악하는 등 파죽지세로 작전 구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8일엔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을 3주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헤즈볼라가 우리 도시와 시민을 공격하는데도 다히예의 테러 본부가 성역으로 남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히예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의 시아파 무슬림 집단 거주 구역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곳을 공습하라고 명령했다.

총리의 공격 명령을 받은 이스라엘군은 이날 또다시 공습을 예고하며 다히예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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