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날 없이 부담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일부 모임은 비상식적 규칙 내세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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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왕따, 탈퇴비 갈등 등 대학가 학회를 둘러싼 이슈들이 많아지고 있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요즘은 그냥 동아리는 안 쳐준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대학가에서 컨설팅·마케팅·금융 등 취업 연계형 학회와 프로젝트 동아리가 ‘스펙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 친목이나 취미 활동을 넘어 취업 정보를 쌓고 업계 네트워크도 만들며, 나아가 인턴 자리까지 연결하는 사실상의 취업 인프라가 되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모임은 상식적이지 않은 규칙을 내세우며 논란도 커지고 있다.
3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주요 대학을 취재한 결과 대학가에서는 학회 활동을 사실상 기본 스펙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김모 씨는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학회는 요즘 학생들이 하나의 스펙으로 생각한다”며 “모두 다 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같은 대학 2학년 조모 씨도 “군대를 다녀오니 스펙 쌓기용으로 학회를 지원하게 됐다”며 “인기 있는 학회는 내부 커뮤니티와 인턴 연결이 잘돼 있고 학회 출신 자체가 업계에서 인정받는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취업형 학회는 일반 동아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동 강도가 높았다. 서울 주요 대학의 한 컨설팅 학회원은 “평균 주 6~7회 모인다”며 “평일은 오후 7시부터 새벽 4~5시, 주말은 오후 2시부터 밤 11시, 방학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활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컨설팅 업계는 공채보다 폐쇄적인 채용 구조가 많아 선배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며 “톱티어(최상급) 학회 경험이 사실상 필수 스펙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연세대학교 컨설팅 학회원 A씨도 “사실상 쉬는 날이 없고 선배 피드백에서 오는 압박감도 있다”며 “같은 업계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네트워크 형성이 (활동의)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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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12시30분께 성균관대학교 학생 라운지에는 점심시간에도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
취업 시장이 과열되면서 학생들도 이런 문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성균관대에서 경제학회 활동 중인 배모 씨는 “문과 톱티어 학회는 일정이 빡빡하고 바쁠수록 커리큘럼이 잘 돼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며 “기업 연계나 선후배 커뮤니티가 강하고 결국 취업에 도움이 되니 참고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취업 모임에서는 탈퇴비를 받거나 ‘공개 비판’ 같은 규칙을 도입하는 등 엇나간 문화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공감하는 문제는 시쳇말로 ‘빡센 문화’ 자체가 아니라 편안한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다.
서울 주요 대학 컨설팅 학회원은 “탈퇴비는 없지만 감히 탈퇴할 생각을 못 한다”며 “학회를 나가면 선배와 졸업생 사이에서 평판이 망가지고 업계에 다시 들어가기 어려울 거라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교환학생을 이유로 휴회를 요청했다가 탈락한 사례도 있었고 선배가 오면 감사 문자를 보내거나 회식을 새벽까지 하는 문화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주요 대학 기업분석 학회 경험이 있는 양모(27) 씨도 “선배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프로젝트 발표 뒤 너무 피곤한데도 졸업생 선배들과 새벽 4~5시까지 술자리에 남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학회는 너무 바빠 휴학이 사실상 암묵적 필수였다”며 “무급으로 1년을 버리는 것과 비슷했지만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버티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실제 갈등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 공식 홍보대사 출신 조모(25) 씨는 2023년 취업 모임 합격 후 2주 만에 탈퇴를 결심했다.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회장이 민폐니까 사과문을 써서 강당으로 오라고 했었다”며 “가보니 전 부원이 앉아 있었고 나 혼자 강단에 세워졌다. 회장이 ‘성인인데 책임감이 없다’,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고 공개 질책했고 결국 반성문을 읽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수치스러워 일주일 동안 울었다”며 “그 장면을 본 동기들이 무서워서 절대 못 나가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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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학생 라운지 전경. 시간이 지나면 4인 테이블은 학회 프로젝트 회의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 찬다. 이준영 수습기자 |
물론 모든 학회가 이런 문화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광운대·연세대·고려대 학생들 상당수는 “탈퇴비나 강제 페널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운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윤모 씨는 “프로젝트 중 나가면 눈치는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페널티는 없다”고 했다. 같은 대학 3학년 이모 씨도 “조원들이 걱정해 주는 분위기였지만 같은 업계에서 다시 볼 사람들이라는 부담은 있었다”고 말했다.
탈퇴비를 운영 안전장치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과거 30만원 탈퇴비 규정이 있던 한 학회 출신 조모 씨는 “중도 이탈이 생기면 팀 전체 운영에 영향을 준다”며 “탈퇴비는 무책임한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적 강제력은 없었고 대부분 실제로 내진 않았다”며 “문제는 탈퇴비보다 취업 준비가 스펙을 위한 스펙이 된 현실”이라고 했다.
배모 씨는 자신이 활동 중인 학회에도 15만원 탈퇴비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탈퇴하는 사람을 한 번 봤는데 그냥 내고 나갔다”며 “한 명 한 명 맡는 역할이 크고 중도 이탈은 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정한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스포츠 마케팅 학회 경험이 있는 도모(27) 씨는 “비정상적인 형태의 학회라도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웃풋과 내부 네트워킹이 확실하니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서울 한 프로젝트형 동아리에서 탈퇴를 둘러싼 갈등 끝에 학생이 공동감금·공동공갈 혐의로 팀원을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탈퇴에 따른 압박은 실제 존재한다”고 말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탈퇴비는 사전 고지와 동의가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중요한 건 금액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