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50% 에볼라 변종 덮친 아프리카…‘백신 전무’ 공백에 CEPI 나섰다

WHO, 역대 세 번째 규모 필로바이러스 대유행에 최고 경보 발령
의심 사망자 220명 돌파, 일주일 새 2배 급증…확산 속도 통제 추월
CEPI, 모더나·옥스퍼드 등 3종 백신 후보물질 긴급 개발 착수


의료진이 2일 무니기의 에볼라 치료센터(ETC)에서 근무 교대 전 전문가의 감독 하에 탈의 구역에서 개인보호장비(PPE)를 착용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백신도, 치료제도, 승인된 의료적 대응책도 전무한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이 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다. 의심 사망자가 22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고 수준의 국제 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감염병 백신 개발을 전담하는 국제기구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1일 3종의 백신 후보물질 긴급 개발에 착수했다.

CEPI, 모더나·옥스퍼드·IAVI 3종 백신 후보 긴급 착수


CEPI는 분디부교(Bundibugyo) 에볼라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3종의 시험용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긴급 가속화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3종은 IAVI, 모더나, 옥스퍼드 대학교가 각각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서로 다른 백신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다.

CEPI는 모더나에 최대 5000만달러를 투입해 전임상 및 1상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1상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즉시 2·3상 임상시험을 개시할 수 있도록 병행 제조도 지원한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대응에서 검증된 mRNA 기술을 활용한다.

IAVI에는 최대 320만달러를 투입해 자이르형 에볼라 승인 백신의 기반인 rVSV 플랫폼을 적용한 백신의 마스터 바이러스 시드 생성 작업을 지원한다. 옥스퍼드 대학교에는 최대 860만달러를 투자해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기반이 된 ChAdOx1 플랫폼 기반 백신의 전임상 및 1상 준비를 지원하며, 임상용 백신 제조는 세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SII)가 맡는다.

리처드 해쳇 CEPI 대표는 “분디부교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허가된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중요하다”며 “세 가지 유망 후보물질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으로 발전시켜 이번 감염병 대유행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디부교 에볼라’란…자이르형과 다른 이유


에볼라 바이러스는 단일 바이러스가 아니다. 자이르형, 수단형, 분디부교형, 타이 포레스트형, 레스턴형 등 5개 종(Species)으로 나뉜다. 분디부교형의 치사율은 최대 50%로, 자이르형(약 60~90%)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매우 치명적인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응 수단의 부재다. 자이르형에 대해서는 허가된 백신과 항체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분디부교형에 대해서는 승인된 백신도, 특이적 치료제도, 개발 후기 단계에 있는 백신조차 없다. 의심 환자를 격리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잠복기는 2~21일이며, 초기에는 발열·두통·근육통이 나타나고 이후 구토·설사·출혈 증상이 이어진다. 감염 경로는 체액이나 혈액, 감염된 사망자와의 접촉이다. 공기 전파는 되지 않아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감염되지 않지만, 지역 내 무력 분쟁과 의료 불신, 접촉자 추적률 20%에 불과한 방역 공백이 확산 속도를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확산 속도가 통제를 앞질러”…220명 사망, 역대 세 번째 규모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5월 5일 콩고민주공화국(DRC) 이투리주 몽브왈루 지역에서 한 남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신이 고향 부니아로 운구되는 과정에서 장례 의식에 참여한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잇달아 발열·출혈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WHO 현장팀이 채취한 13개 검체 중 8개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유전자 분석 결과 기존에 주로 유행하던 자이르형이 아닌 ‘분디부교 균주’로 확인됐다.

사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WHO가 집계한 의심 사망자는 220명으로, 확진 101건 외에 의심 사례만 900건에 달한다. 일주일 전 의심 사망자가 10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일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바이러스는 DRC 동부 3개 주 11개 보건구역으로 퍼졌으며, 파악된 접촉자만 2200명을 넘는다. 인접국 우간다에서도 의료진을 포함해 7명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아프리카연합 온라인 회의에서 “에볼라 감염 사례 발견이 늦어져 대응 당국이 뒤늦게 따라잡으려는 상황”이라며 발병 추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WHO는 이번 유행을 역사상 세 번째로 큰 필로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으로 기록했으며, 지난달 17일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한국, 위기경보 ‘관심’ 발령…“국내 유입 가능성 낮지만 철저 대비”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WHO의 PHEIC 선포 직후인 지난달 17일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음’으로 평가했지만, 체액·혈액 등으로 전파되는 질병 특성을 고려해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남수단을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 입국자 전원에 대해 항공기 게이트에서 전수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질병청은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유전자검출검사(Realtime RT-PCR)를 통해 신속한 확인이 가능한 진단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해외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유입 감시, 실험실 분석, 감염 예방, 발병 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국제보건기구들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며 해당 국가를 방문했거나 다녀온 국민에게 귀국 후 21일간 건강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발열·복통 등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1339 또는 보건소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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