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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단순한 노인 냄새인 줄 알았던 체취가 사실은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나왔다.
손유리 신경과 전문의는 최근 유튜브 채널 ‘브레인튜브’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유의 냄새와 이를 활용한 조기 진단 연구를 소개했다.
손 전문의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시에 거주하던 간호사 출신 조이 밀른은 다른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미세한 냄새를 감지하는 유전성 과민 후각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986년 당시 31세였던 남편 레스에게서 평소와 다른 퀴퀴하고 무거운 머스크향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이는 남편에게 “목 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지만 여러 차례 씻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약 12년이 지난 뒤 레스는 44세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조이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찾은 파킨슨병 환우회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모임에 참석한 환자들에게서 남편과 같은 냄새가 났던 것이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영국 연구진은 조이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에 나섰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 6명과 건강한 성인 6명에게 티셔츠를 하룻밤 동안 착용하게 한 뒤 조이에게 냄새만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그 결과 조이는 파킨슨병 환자의 티셔츠를 정확하게 골라냈다.
특히 건강한 대조군에 속해 있던 한 남성의 티셔츠도 파킨슨병 환자의 것으로 지목했는데, 해당 남성은 8개월 뒤 실제로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문의는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노인 냄새로 여겨졌던 체취가 사실은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에도 변화가 생겨 특히 등 상부와 목 뒤의 피지선 활동이 활발해지고 피지 분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부의 미생물 환경까지 달라지면서 몸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물질의 조합이 변하고, 이것이 파킨슨병 환자 특유의 냄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특정 냄새를 지닌다는 사실은 연구로도 밝혀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들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효모, 효소, 호르몬의 생성이 늘면서 피지 분비가 많아지는데, 피지에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냄새 성분을 활용해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저장대와 톈진중의대 공동 연구팀은 화학 성분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반 ‘전자 코(e-nose)’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 31명과 건강한 성인 32명의 등 부위에서 채취한 피지를 분석한 결과, 옥탄알(octanal), 헥실 아세테이트(hexyl acetate), 페릴릭 알데하이드(perillic aldehyde)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확인했다. 이후 추가 검증 연구에서 전자 코는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인을 구별하는 데 약 70.8%의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이지만 성능이 향상되면 전자코의 휴대가능성과 저렴한 분석 비용을 감안하면 파킨슨병 환자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