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 2179억 독주…적응증 5개로 격차 유지
적응증·글로벌 확장이 최후 승부처…케이캡 FDA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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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큐보정. [동아ST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들이 주도하는 차세대 위산 억제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의 절대 강자인 HK이노엔 ‘케이캡’이 압도적인 1위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동아에스티와 제일약품이 손잡은 후발주자 ‘자큐보’가 월 처방액 기준 시장 2위에 안착하며 대웅제약 ‘펙수클루’와의 순위 다툼이 치열하게 가열되는 양상이다. 세 제품 모두 국내 제약사의 독자적 R&D(연구개발) 역량이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이정표로 꼽힌다.
P-CAB 계열이 기존 PPI(프로톤펌프억제제) 제제를 빠르게 대체하는 구조적 전환의 배경에는 명확한 약리학적 차별성이 자리하고 있다.
PPI는 복용 후 최대 효과 발현까지 수일이 소요되고 식전 복용이 필수적이지만, P-CAB은 복용 당일부터 신속한 위산 억제 효과를 나타낼 뿐 아니라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복용할 수 있다. 특히 긴 반감기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야간 위산 분비 억제에도 탁월한 강점을 보여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이끌며 처방 전환을 견인하고 있다.
이 구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후발주자 자큐보의 돌풍이다. 자큐보는 지난 5월 원외처방액 75억5176만원을 기록하며 P-CAB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24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국내 37호 신약)를 획득하고 같은 해 10월 1일 시장에 본격 출시된 자큐보가 펙수클루를 제치고 2위에 등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년 7개월(19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원외처방액 443억원으로 시장 3위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순위를 완전히 뒤집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자큐보 상승세의 핵심 동력으로는 전통 제약사 간의 ‘이중 영업망’ 시너지가 꼽힌다. 바이오벤처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이 신약은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지난 2024년 9월부터 공동 판매 계약을 맺고 전방위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동아에스티가 보유한 전국적인 병의원 영업 네트워크 인프라와 제일약품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소화기 분야의 독보적인 마케팅 역량이 결합하면서 의료진과의 접점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확대한 구조다.
적응증 파이프라인 확장 속도도 매섭다. 자큐보는 지난 2025년 6월 위궤양 치료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한 데 이어 현재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항생제 병용요법 등 총 4개 항목의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 3상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적응증이 순차적으로 확보될 경우 선발 제품들과의 격차를 더욱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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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K이노엔 ‘케이캡’ 시리즈. [HK이노엔 제공] |
시장의 개척자이자 절대 강자인 케이캡은 굳건한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장벽을 높이고 있다. 2025년 연간 처방액 기준 2179억원을 기록한 케이캡은 P-CAB 시장 내 점유율 50% 이상을 책임지며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적응증 수에서도 케이캡은 현재 5개를 보유해 펙수클루(4개), 자큐보(2개)를 크게 앞선다. 무엇보다 국내 P-CAB 계열 가운데 가장 많은 159건의 방대한 임상 연구 데이터를 누적 확보하고 있어 의료진의 처방 관성을 붙잡아두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차별화된 임상 데이터를 앞세워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4일 식약처로부터 펙수클루정 40㎎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적응증을 최종 승인받았다. 이로써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급·만성 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 NSAIDs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에 이어 총 4개의 탄탄한 적응증 라인업을 장착하게 됐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갈수록 확산되는 항생제 내성 환자군에서의 정량적 데이터를 입증해 주목을 받았다.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펙수클루 기반 제균 요법의 제균율은 54.76%를 기록, 기존 란소프라졸 기반 요법(28.57%) 대비 약 26%포인트 높은 통계적 우월성을 완벽히 증명했다. 항생제 내성으로 고심하는 소화기 의학계 현장에서 확실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해 점유율을 탈환하겠다는 보복전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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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펙수클루40㎎. [대웅제약 제공] |
국산 신약 3종이 벌이는 3파전의 전장은 이제 국내 영토를 넘어 글로벌 최고 권위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의 선봉에는 독보적 1위 케이캡이 서 있다. HK이노엔의 미국 현지 파트너사인 브레인트리 래버러토리스는 올해 1월 9일(현지시간) 테고프라잔(케이캡 성분명)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전격 제출했다. 미국 시장에서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등 총 3개 적응증의 동시 승인을 획득하는 것이 1차 타깃이다.
HK이노엔은 최근 개최된 ‘2026 미국소화기학회(DDW)’ 현장에서 미란성 식도염 치유 후 24주 유지요법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글로벌 의학계에 전격 공개했다. P-CAB 계열 치료제 중 기존 PPI 제제 대비 장기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한 최초의 전 세계 사례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현지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케이캡은 현재 글로벌 55개국과 대형 수출 계약을 완료한 상태로, 향후 미국 FDA의 허가 관문을 통과해 하반기 상업화가 현실화될 경우 K-바이오를 이끄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의 도약이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