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도 최저임금 적용할까…노사, 플랫폼 노동자 놓고 정면충돌

노동계 “공짜노동 줄이고 안전 강화”
경영계 “개인사업자에 최저임금 적용 불가”
최저임금위 첫 공식 논의…업종별 차등적용 공방도 예고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배달기사와 학습지 교사, 가전 방문설치 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노동계는 무임금 노동을 줄이고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이들이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만큼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도급제 노동자는 근무시간이 아닌 일의 성과와 물량에 따라 보수를 받는 노동자를 뜻한다. 배달기사와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노동계 요구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음 정식 의제로 다뤄졌지만 노사 간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법상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특수고용 종사자는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사업자”라며 “근로자로 확인되지 않은 대상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과 선택권은 누리면서 근로자 지위에 따른 보호까지 받겠다는 것은 유리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취하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해외에서도 도급계약 종사자를 최저임금 체계로 관리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노동계가 제시한 해외 사례는 임금이 아닌 보수 지급 체계에 관한 것”이라며 “도급 계약을 최저임금으로 다루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주문 취소 등에 따른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또는 공정한 단가가 보장되면 숙련도가 높아지고 산업 안전도 강화된다”며 “이직률과 사고가 줄어들어 노동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대기시간과 이동시간 등에 대해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와 해외 사례, 최저임금법상 도급 근로자 특례 조항 등을 근거로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동부 연구용역 결과 역시 노동계 성향 연구기관이 수행했다며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양측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전제부터 합의하지 못하면서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나 기준에 대한 논의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리는 제5차 전원회의에서도 도급제 노동자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주에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도 본격 심의한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지난해보다 290원(2.9%)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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