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라이·평창·클래식 레볼루션…이 여름, 클래식이 폭발한다

2026년 여름 클래식 3대 축제
내달 1일부터 줄라이 페스티벌
23일~8월초 평창대관령음악제
8월 28일부터 클래식 레볼루션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롯데콘서트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 여름, 클래식 음악계가 들썩인다. 강원도 대관령 고원에서, 서울 대학로 살롱에서, 잠실 대표 클래식홀까지…. 올여름 세 개의 페스티벌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의 근원과 가능성을 묻는다. 여름 클래식 3대 축제인 평창대관령음악제, 줄라이 페스티벌, 클래식 레볼루션은 저마다 다른 철학과 규모, 다른 레퍼토리를 품었지만, 세 축제 모두 ‘하나의 질문’을 공유한다.

평창대관령음악제, 계승이 있어야 혁신이 있다


“스타 시스템과 혼자 기립박수를 받는 음악보다, 우리 모두가 순수함 속으로 흡수되는 음악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자연의 영감(Nature’s Inspiration)’을 주제로 2004년 출발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해로 23년째를 맞았다. 여름 클래식 축제계의 큰 형님 격이다. 초대 강효(바이올리니스트), 2대 정명화·정경화, 3대 손열음에 이어 지난 2023년 3월부터 4대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첼리스트 양성원이 세 번째 시즌(7월 23일 ~ 8월 2일)을 맞는 올해의 음악제 주제로 ‘계승과 혁신(Legacy and Innovation)’을 내세웠다.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프로그램은 개막공연이다. 바흐 관현악 모음곡 4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스트라빈스키 ‘불새’ 1910년 버전은 ‘계승해야 혁신이 나온다’는 테제의 음악적 증명이다. 바로크에서 고전주의, 현대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관객은 클래식 음악의 뿌리를 다시금 만날 수 있다.

‘2026 평창대관령음악제 ’ 예술감독 양성원 [연합]


양 감독은 “불새 1910년 버전을 들으면 그가 어떻게 과거를 이해하면서 혁신했는지를 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 음악제의 관전 포인트는 전통의 무게를 보여주는 이색 무대와 과감한 레퍼토리다. 내달 25일 열리는 ‘프레지던트 콘서트’는 한국과 일본의 음악교육 수장이었던 김대진(전 한예종 총장), 사와 카즈키(전 도쿄예대 총장), 츠츠미 츠요시(전 도호가쿠엔 음대 총장)가 트리오로 뭉쳐 브람스와 드보르자크 등을 연주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콘서트 오페라 버전(7월 29일), 체코의 파벨 하스 콰르텟이 선보이는 카프랄로바 현악사중주 1번 등 한국 초연 무대는 애호가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다.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PFO)의 운영 방식도 ‘계승’의 가치를 담았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박지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이지윤 등 베테랑 음악가들이 이끄는 악단의 목·금관 제2연주자 자리에 젊은 신진 음악가들을 대거 배치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러운 음악적 대화와 멘토십이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줄라이 페스티벌…30일간 프랑스 여행


매년 작곡가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온 더하우스콘서트는 과감히 방향을 전환, 한 달 내내 ‘프랑스’를 보고 듣게 해줄 전망이다. 2020년 베토벤, 2021년 브람스, 2022년 바르톡, 2023년 슈베르트, 2024년 슈만, 2025년 스트라빈스키까지 6년간 이어온 ‘한 작곡가 집중 탐구’의 포맷을 깨고, 올해부턴 ‘국가’로 시선을 확장한 것이다. 올해의 주제는 ‘프랑스의 빛(Lumires de France)’이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12일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음악가 박창수의 자택에서 출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친밀한 공연 문화로 한국에 하우스콘서트 문화를 확산했다. 특히 줄라이 페스티벌은 그 철학의 여름 버전이다. 매일 한 번의 공연을 하며, 한 달 내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7월 1일부터 열리는 줄라이 페스티벌 출연 연주자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올해는 드뷔시와 라벨을 중심축으로, 사티와 프랑스 6인조(레 식스), 장 프랑세, 그리고 메시앙까지 스펙트럼을 펼쳐 20세기 프랑스 음악의 다양한 결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인상주의의 색채에서 출발해 절제와 균형(라벨), 아이러니와 단순함(사티), 숭고한 신비주의(메시앙)로 흘러가는 통시적 궤적을 통해 음악사 여행을 떠난다.

관전 포인트는 드뷔시와 라벨 시리즈의 밀도 높은 탐구다. 드뷔시는 매주 화요일, 라벨은 매주 목요일 각각 3회와 4회에 걸쳐 피아노 작품을 들려준다. 특히 라벨 시리즈 마지막 회(7월 23일)는 두 대의 피아노로 ‘볼레로’를 포함한 레퍼토리를 연주, 관현악적 상상력을 전혀 다른 질감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전반부 하이라이트는 내달 3일 소프라노 이한나, 피아노 정소라, 무용(김연화)과 연출(조은비)이 결합한 풀랑크의 단막 오페라 ‘인간의 목소리’ 공연이다. 장 콕토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여자의 강렬한 독백을 다루며 프랑스 음악의 언어적·연극적 결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다. 후반부엔 소냐 바흐의 피아노 독주로 진행되는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명상’ 전곡 연주(7월 28일)가 기다리고 있다. 약 2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대작의 전곡 연주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무대다. 이틀 뒤 7월 30일에는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클라리넷(조인혁)·바이올린(한수진)·첼로(강승민)·피아노(김송현) 편성으로 연주되며 축제의 미학적 정점을 이룬다.

축제의 시작과 끝도 정교하다. 7월 1일 개막 공연에서는 박강현의 지휘와 신예 홍석영의 협연으로 드뷔시와 라벨을 선보이고 31일 피날레에선 박근태의 지휘와 이관욱의 협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을 넘어 전국 9개 지역 24개 공연으로 확장해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도 의미 있다.

클래식 레볼루션…민족 음악의 뿌리에서 클래식의 본질로


지난해 첫 음악감독을 맡아 ‘몸풀기’를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한 번 더 ‘클래식 레볼루션’을 책임진다. 2020년 시작된 ‘클래식 레볼루션’은 리사이틀부터 실내악, 협주곡, 교향곡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롯데콘서트홀의 여름 음악 축제다.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롯데콘서트홀 제공]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잡은 주제는 ‘뿌리(Origin)’다. 작곡가들이 각자의 음악적 뿌리와 민속 전통을 작품 속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역추적하는 고유한 음악적 고고학의 여정이다.

‘클래식 레볼루션’(8월 28일~9월 4일)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압도적인 출연진이다. 전 세계 최정상 거장들이 한국을 찾아 연대한다.

클래식 매체 ‘바흐트랙(Bachtrack)’의 ‘2025년 가장 바쁜 연주자’ 통계에서 피아니스트 부문 1위에 오른 키릴 게르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 부문 4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첼리스트 부문 3위 키안 솔타니까지 온다. 여기에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와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까지 가세해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무대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거장들과 한국의 차세대 음악가들(김서현, 김규현, 문웅휘, 한재민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체임버 뮤직 콘서트도 눈여겨볼 무대다.

‘음악적 선언’ 격인 개막 공연(8월 28일)은 안드레이 보레이코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문을 연다. 코다이 ‘갈란타 무곡’,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바르톡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의 나란한 배치는 헝가리와 체코의 토착적 민속 정서가 어떻게 정교한 예술음악으로 승화되었는지 증명하는 설득력 있는 서사다.

카바코스와 게르스타인의 듀오 리사이틀(9월 1일)의 무대 역시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두 사람은 바르톡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등을 통해 민속음악이 20세기 현대 음악 언어로 확장되는 과정을 치열한 음악적 대화로 보여준다. 축제의 대미는 9월 4일 카바코스가 직접 지휘봉을 잡고 수원시향, 게르스타인과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장식한다. 게르스타인은 이 기간 피아노 리사이틀로도 한국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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