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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점(痛點)을 상실한 정치는 비극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그 길로 가는 중이다.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서도 성찰 아닌 버티기에 진력하고 있다. 초유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그에게 인공호흡기를 댔다. 참정권을 훼손당한 시민이 재선거를 요구하자, 그는 사전투표 폐지까지 추동하고 있다. ‘2030’세대의 진지한 요구를 부정 선거론자들이 오염시키는 국면에서다. 보수라면 응당 거리의 분노를 법·원칙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되돌아 나올 길을 잃은 형국이다.
국민의힘 다시 세우기. 새 원내대표로 뽑힌 정점식 의원의 일성이다. 장 대표와 가까워 당권파로 묶이는 정 원내대표도 당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 계파 자체가 당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돼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동훈 의원의 보수 재건 움직임을 경계한 걸로 읽힌다.
국민의힘 재건이 보수 재건과 동의어라고 치고, 첫 과제는 장 대표 거취 문제 처리다. 불법 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저지에 나섰던 그에겐 애초 운신의 폭이 좁았다. 코너에 몰릴수록 품격이 있어야 할 보수의 언어는 실종됐고, 핏대만 세웠다. ‘이재명 때리기’로 극우 유튜버를 규합한 것 외엔 특기할 기록을 찾기 어렵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은 장 대표를 두고 “심리적으로 이미 리더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건의 관건은 타이밍인데, 장 대표 거취에 대해선 의원들 의견을 모아 진행하겠다는 게 정 원내대표 입장이다. 비상등이 점멸하는데 인적 쇄신의 시간표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 추진에 일부 민심이 표로써 경고장을 들지 않았다면 더 참담한 선거 결과를 받아들었텐데도 이렇다. 이겼지만 진 것 같이 아파하는 민주당은 선거를 복기하고, 정부는 작정한 듯 대기업과 손잡고 국가 성장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것과 딴 판이다.
리더십 교통정리에 가닥이 잡힌다면 보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도 국민의힘 재건의 조건이다. 이익 중심으로 헤쳐모인 엘리트당 이미지론 사회와 공명할 수 없다. 보수가 옹호하는 가치는 자유시장 제도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까지 닿아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 통합을 저해할 ‘K자형’ 경제의 계층 격차를 줄일 대안 제시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계파·친소 관계에 따른 인사로 힘빠진 여의도연구원 정비가 시급하다. 30년 전, 한국 정당도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며 여연을 띄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채근할 것이다.
인재 육성도 재건의 기초다. 급조한 인물로 엉겁결에 집권해 터무니없이 실패한 전철을 또 밟으면 회생 불가다. 화려한 스펙보다 남의 흉을 들춰내 자기 흠을 덮으려는 기질이 없는 이들을 선별해 유권자에게 선보이는 게 상책이다. 타인의 약점에만 몰두하는 정치는 스스로 무능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내실이 없는데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건 통점 없는 정치만큼이나 해악이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건 로마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처럼 ‘천천히 서두르는’ 일이다.
홍성원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