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상관이 직권 남용해 보직 변경” 소송내
법원서 패소… “비선호 직위 보임, 흔한 일”
![]() |
| 지난 2022년 4월, 해군 5광역수사대장 A중령이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유튜브 채널 JTBC 캡처]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업무로 인한 중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중령의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된 상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유족은 “상관이 직권을 남용해 보직 변경을 함으로써 압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순환 근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봤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강완수 판사는 고인이 된 A중령의 유족이 당시 군사경찰 수사단장으로 A중령의 상관이던 B대령을 상대로 낸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13일 유족 측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유족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해군 5광역수사대장을 맡고 있던 A중령은 지난 2022년 4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서 고인은 “너무 힘들다. 버틸 힘이 없다…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B(상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적었다. 이어 “겸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A중령은 2022년 초까지만 해도 해군 수사단 예하 지휘관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4월부터 ‘고속정 권총분실 사건’ 수사 책임자리인 광역수사대장 직책을 겸직했다. 해당 사건은 참수리 고속정에서 권총 3정이 분실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해군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당시 유족은 “전임자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갑자기 고인이 떠안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무리한 인사 조처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고인의 몸무게가 두 달 만에 10㎏ 빠졌다”며 “불면증 약을 처방받을 정도로 잠도 못 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망 직전까지도 ‘수사 진전이 없는데 상관 B대령이 압박한다’며 계속 힘들어했다”며 “보고 준비를 위해 출근했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는 A중령 사망 사건에 대해 수사했다. 그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B대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B대령은 지난 2023년 7월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 2024년 6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아울러 2023년 9월 같은 혐의로 징계 절차에 넘겨졌다가 지난 2023년 9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고인의 유족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23년 2월, B대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약 3년 3개월이 지난 뒤 나온 이번 1심 판결에서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 측은 “B대령이 직권을 남용해 일방적으로 보직변경을 주도함으로써 고인이 겸임에 따른 업무과중 및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며 “이 과정에서 수시로 수사 성과 독촉, 수사상황 보고 종용 등을 함으로써 압박감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50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B대령이 보직변경을 주도한 것은 당시 해군참무총장이 순환보직 지시를 하달하면서 이를 이행해야만 했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당시 B대령은 보직변경 과정에서 고인의 의견을 상당히 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고인이 보직변경 등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강압이나 직권남용을 의심하게 할 만한 대화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B대령이 고인을 상대로 수사를 독려하거나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것은 지휘체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순서로 보인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B대령이 형사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법원은 “군인에 대한 보직 인사에 인사대상자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비선호 직위에 보임되거나 업무량이 과다한 직위를 떠맡게 되는 것도 상당히 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B대령이 불순한 목적으로 고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곤궁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볼만한 정황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유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유족 측이 지난달 27일 항소해 2심이 서울고법에서 계류 중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A중령은 공무상 사망으로 순직을 인정받았다. 유족에게 사망 보상금과 순직유족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