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 제네시스, 데뷔전서 13위 완주…韓 모터스포츠 새 역사 쓰다

제네시스, 19번 차량 24시간 동안 372바퀴 돌아
첫 하이퍼카 클래스 도전서 의미 있는 기록
신생팀 이상의 가능성 확인
17번 차량은 한때 4위권 질주하다 리타이어
제네시스 “이제 시작”…내달 10일 브라질서 경기
우승은 토요타 7번 차량 차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7번 GMR-001 하이퍼카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 앞쪽 차량이 17번 차량.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헤럴드경제(르망)=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 데뷔전을 완주로 마무리했다. 첫 도전에서 우승권과는 격차가 있었지만, 24시간 레이스를 끝까지 버텨낸 것만으로도 한국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역사에 의미 있는 첫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네시스 공식 모터스포츠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13일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제94회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에 처음 출전했다. 이 가운데 19번 GMR-001 하이퍼카는 총 372랩을 달려 전체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제네시스 19번 차량의 베스트 랩은 3분27초645로, 하이퍼카 클래스 기준 12위 수준이다. 첫 출전팀으로서는 차량 신뢰성과 장거리 운영 능력을 동시에 확인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7번 GMR-001 하이퍼카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 앞쪽 차량이 17번 차량.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이번 레이스 우승은 381랩을 기록한 토요타 7번 차량이 차지했다. 제네시스 19번 차량은 이보다 9랩 적은 거리를 달렸다. 2위는 BMW M 팀 WRT 20번 차량, 3위는 토요타 8번 차량이 올랐다. 토요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르망을 지배했던 전통 강자로, 올해도 기존 하이퍼카를 개선해 다시 정상에 올랐다. 제네시스는 이 같은 강팀들과 같은 무대에서 첫 완주를 해내며 향후 성능 개선과 팀 운영을 위한 데이터와 경험을 쌓는 출발점에 섰다.

물론 경기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함께 출전한 17번 차량은 경기 밤사이 한때 4위까지 올라서며 경쟁력을 보였다. 신생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하지만 완주까지 약 7시간 30분을 남긴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7번 차량을 몰던 마티스 조베르가 테르트르 루즈 구간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연석을 강하게 밟은 뒤 서스펜션 계통에 손상을 입었고, 차량은 결국 트랙 위에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차량 회수를 위해 트랙 전체에 속도 제한이 걸렸고, 제네시스 17번 차량은 결국 레이스를 포기했다. 16시간 30분가량을 버틴 뒤 맞은 리타이어였다. 19번 차량보다 더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었던 만큼 팀 내부의 아쉬움은 컸다. 현장에서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관계자들이 눈물을 보이며 레이스 종료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는 첫발을 내디딘 르망 현장에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이퍼카 클래스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기술 경쟁 무대로 떠오른 가운데 새로운 제조사의 합류는 팬들에게도 반가운 변화였다. 특히, 제네시스는 첫 출전임에도 예선 격인 하이퍼폴에서 19번 차량이 6위, 17번 차량이 9위 그리드를 확보하며 두 대 모두 톱10에 들었다.

레이스가 끝난 뒤 관중들은 24시간 동안 극한의 주행을 이어간 드라이버와 팀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르망 24시간은 단순히 가장 빠른 차를 가리는 경기가 아니라, 차량의 내구성, 팀 운영 능력, 드라이버 체력, 돌발 상황 대응력까지 모두 시험하는 무대다. 완주 자체가 하나의 성취로 평가되는 이유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9번 GMR-001 하이퍼카가 피트에 들어와 급유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제네시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쌓은 주행 데이터를 향후 고성능 양산 모델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장시간 고속 주행에서 얻은 냉각, 내구, 공력, 에너지 관리 데이터는 모터스포츠 차량뿐 아니라 향후 제네시스 고성능 브랜드 전략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아직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에는 한국인 드라이버가 없다. 이번 대회 드라이버 라인업도 프랑스와 스페인, 브라질 등 해외 선수들로 구성됐다. 반면, 토요타는 출전 드라이버 6명 중 2명이 일본인이었고, 우승 차량의 결승선을 통과한 드라이버도 일본인 고바야시 가무이였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한국인 드라이버들은 한창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에 군 복무 등 현실적인 제약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 모터스포츠의 저변과 역사가 더 쌓이면 언젠가는 한국인 드라이버가 한국 브랜드 차량을 몰고 르망을 달리는 장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다음 무대는 내달 10일부터 12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리는 ‘상파울루 6시간’이다. 르망 24시간을 완주한 19번 차량의 경험, 그리고 리타이어로 남은 17번 차량의 아쉬움은 모두 다음 레이스를 위한 자산이 됐다.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도전은 이제 막 첫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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