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책]‘칠십, 다시 설레다’·‘낯선 곳에서 춤추다’

평범한 중년·시니어들 4년간 함께 읽고 쓰며 삶을 바꾼 기록
여행을 통해 풍경보다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여행 인문 에세이’

 

시네라처글쓰기클럽 1집(황영미 외 7인·한국학술정보 출판) 『칠십, 다시 설레다』

[헤럴드경제]생성형 AI가 몇 초 만에 글을 써주는 시대다. 영상은 점점 짧아지고, 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 그런데 서울의 한 글쓰기 모임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4년째 이어졌다.

매주 한 번 모여 고전을 읽고, 서로의 글을 읽고, 한 문장을 두고 몇 시간씩 토론한다. 누군가는 퇴고를 위해 일주일을 보내고, 누군가는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린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전문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사, 회사원, 기업인, 전업주부 등. 각자의 삶을 살아오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4년에 걸친 ‘느린 읽기와 느린 쓰기’의 실험은 결국 두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

『칠십, 다시 설레다』와 『낯선 곳에서 춤추다』는 단순한 공동 저서가 아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읽기와 쓰기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기록이다.

책을 만들려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작가를 꿈꾸지 않았다.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시네라처 글쓰기클럽은 황영미 전 숙명여대 교수가 만든 읽기 공동체다. 참여자들은 괴테, 버지니아 울프, 보르헤스, 무라카미 하루키, 한강 등 동서양의 고전을 함께 읽고 토론했다. 그 시간은 어느새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각 필자의 원고를 모두가 읽었다. 좋은 표현을 칭찬했고, 거친 문장은 함께 다듬었다. 수십 번의 합평과 퇴고가 반복됐다. 황영미 책임편집자는 말한다. “좋은 글은 결국 좋은 읽기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잘 쓰는 사람을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만났다

시네라처글쓰기클럽 2집( 황영미 외 5인)『낯선 곳에서 춤추다』

『낯선 곳에서 춤추다』는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리스본, 더블린, 뉴욕, 몽블랑, 이집트 등. 책 속에는 낯선 도시가 등장하지만, 진짜 여행지는 사람의 마음이다. 여섯 명의 저자는 여행을 통해 풍경보다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독자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여행 인문 에세이다.

책의 부제인 ‘몸이 기억하는 여행의 순간들’, 그리고 이 책만의 홈페이지(www.farawaydance.kr)의 문장 ‘익숙함을 떠나는 순간, 여행은 춤이 된다.’는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을 가장 잘 보여준다.

함께 출간된『칠십, 다시 설레다』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칠순을 맞은 동창들이 함께 읽고 함께 쓴 책이다. 처음에는 컴퓨터 사용도 익숙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으로 원고를 보내고, 맞춤법부터 다시 배웠다. 그러나 수십 번의 첨삭과 퇴고를 거쳐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나이가 들면 배움은 끝난다’는 통념을 뒤집는 기록이다.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네라처 홈페이지 내 공간도 마련됐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

AI는 글을 써줄 수 있다. 하지만 살아낸 삶은 대신 써줄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의 글을 읽고, 서로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하며,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경험이다.

이번 출간은 책 두 권의 탄생보다, 함께 읽고 함께 쓰는 공동체가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사례다. 읽기와 쓰기가 취미를 넘어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을 덮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낯선 곳에서 춤추다』는 여행을 권하는 책이 아니다. 삶을 조금 더 깊이 살아보자고 권하는 책이다. 『칠십, 다시 설레다』는 나이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두 권의 책은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자기 삶을 천천히 읽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조용히 등을 떠민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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