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협력사 8500여 곳 영향권
노조 즉각 교섭 압박…조선·철강·전자 긴장
“법적 분쟁의 순환 고리 이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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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양재사옥 전경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받게 되면서 제조업계 안팎에서 ‘이번 결정에 따른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당장 현대차의 협력사가 8500여 곳에 달하는 만큼 자동차뿐만 아니라 원·하청 구조가 퍼져있는 조선·철강·전자 업종까지 영향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현대차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울산지노위)가 하청노조 10곳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을 두고 대응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직군과 교섭의제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울산지노위의 결정서를 전달받은 뒤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울산지노위는 전날(15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에 대해 ‘인용’ 판단을 내렸지만, 하청노조 10곳 가운데 어떤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어떤 교섭 의제를 인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시정 신청을 제기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은 1675명으로, 연구·생산직, 보안직, 판매직, 미화직, 구내식당 조리업무까지 담당 업무가 다양하다. 업무 공간 역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울산공장, 아산공장, 전주공장 등으로 제각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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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1만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
노동위의 세부 판단 근거를 담은 결정문이 노사 양측에 송부되기까지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결정문이 공개되기까지 판정 후 한 달가량이 소요되며, 노사 양측은 결정문을 송달받은 후 10일 안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하청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노위의 인용 결정이 나온 만큼 현대차가 교섭에 즉각 응해야한다는 견해다. 금속노조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도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 사례가 제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철강·전자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가진 제조업 전반으로 유사한 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로 구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협력사 수만 850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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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 |
재계는 안전·작업환경 개선 등을 의제로 시작한 교섭이 향후 임금체계와 성과급, 복리후생 등 경영 전반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위 판단에 따라 교섭을 시작한 뒤 노조가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않은 의제에 대해 요구하더라도 회사 측이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지노위로부터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받았지만, 교섭이 시작된 뒤 의제가 확장될 것을 우려해 쉽사리 대화에 나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대차에 대한 사용자성까지 인정되면서 제조업계 전반의 사용자성 판단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위원회의 이번 판단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노위에 이어 중노위 재심에도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두고 최종 판단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보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도 명시돼있어, 안전을 교섭의제로 내걸면 원청이 사용자성 판단에서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며 “문제는 교섭권을 획득한 뒤 노조가 협상 분야를 복리후생, 임금, 성과급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는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업무, 작업환경 등을 일일이 판단하기 어려운 노동위가 일부 명확한 의제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임금 등 주요 의제에 대한 판단이 유보되면서 법적 분쟁의 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