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출 5년2개월來 최저…종전 합의에도 ‘V자 반등’ 어려운 이유 [비즈360]

4월 정유 4사 2881만배럴
전쟁 전 대비 35% 줄어
코로나 확산기(2021년 2월) 이후 첫 3000만배럴선 깨져
미·이란 종전에도 정유사 실적은 먹구름 계속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최고가격제 폐지 관건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중동 사태 여파로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 수출이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도 원유 공급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돼, 수출 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한편으로 국내에선 석유 최고가격제도 여전히 시행 중이라 정유사 실적 압박이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간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전체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2881만1000배럴에 그쳤다. 전월(3652만7000배럴)과 비교하면 21.1% 떨어진 수치다. 전쟁 직전인 2월(4440만4000배럴)보다는 35.1% 급감했다.

정유 수출 물량이 20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4월 이전, 수출 물량이 가장 낮았던 떄는 5년 2개월 전인 2021년 2월(2952만2000배럴)이다.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줄면서 항공유와 휘발유 수요가 급감한 여파가 컸다.

제품별로 보면 국내 3대 정유 수출 제품인 경유·항공유·휘발유 물량이 모두 줄었다. 지난 4월 경유는 1262만7000배럴, 항공유는 677만6000배럴, 휘발유는 614만1000배럴을 수출해 전월 대비 각각 15.3%, 7.8%, 11.1% 줄었다.

4월 한달간 아예 수출 물량이 전무한 제품도 있었다. 지난 3월 나프타는 184만7000배럴, 등유는 22만4000배럴, 부생연료유는 5만2000배럴을 수출했다. 그러나 4월 들어선 수출 물량이 없었다.

1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도 이같은 수출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원유 수급 차질을 유발한 핵심 운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 합의가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미국은 이란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별도의 통행료 없는 완전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통행료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원유 수급이 바로 정상화되긴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란군은 종전 후 한 달에 걸쳐 기뢰 제거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해협 내에 갇혀 있는 500척 이상의 선박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오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로이터는 공급망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수출 차질이 상반기를 넘어서까지 지속될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종전이 되더라도 수출 차질의 근본적인 원인인 원유 수급 불안이 바로 풀리는 게 아니라,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설치된 유가 정보판. [연합]


수출 차질에 더해 정유사 실적의 발목을 잡아온 석유 최고가격제가 폐지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던 7차 최고가격 발표를 변동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최고가격제 목적이 물가 인상 억제에 있었던만큼 아직은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를 종료할지는 시장 상황을 더 모니터링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 업계선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최고가격제로 인해 누적 손실액이 4조원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전 약속했던 손실 보전을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손실 보전 기준을 담은 고시를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수출 제한으로 수출하지 못한 물량, 즉 기회비용까지 보전해야 한다는 정유 업계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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