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업계 ‘상생협약’ 50위권으로 확대…하자소송 즉시 통지·책임분담 추진

공정위·전문건설협회, 시공능력 21~50위와 협약 추진
“하자 소송시 하도급사와 손해배상 책임 나눠야”


하도급대금 미지급, 유보금 관행 등 건설현장의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는 상생협약 대상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개 건설사로 확대된다. 서울 도심 내 한 공사현장의 모습. [헤럴드 DB]


[헤럴드경제=서정은·양영경 기자] 하도급대금 미지급, 유보금 관행 등 건설현장의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는 상생협약 대상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개 건설사로 확대된다. 중견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협약에는 하자소송 발생 시 원청이 하도급사에 이를 즉시 통지하고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새롭게 담긴다.

18일 정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시공능력평가 상위 21~50위 종합건설사는 내달 말 체결을 목표로 건설산업 상생 및 공정거래 협약을 추진 중이다. 전일 임원진들이 모여 첫 회의를 가졌고 매주 한차례씩 만나 협약 범위, 내용을 최종 확정한다.

이번 협약은 지난달 28일 공정위가 상위 20개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상생협력을 체결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당시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을 제외한 19개 종합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여해 ▷하도급대금 적기 현금 지급 및 유보금 관행 폐지 ▷건설자재 공급원가 변동 시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및 이행 ▷하도급대금 연동제의 실질적 운영 ▷정당한 기준에 따른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특약 근절 및 계약서 점검·개선 등을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19개 종합건설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하던 모습. [공정위 제공]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불법하도급 등에 대해 과징금 부과 수준이 높아지고, 제재 부담이 커지자 자율시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국무회의에서도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을 대폭 확대하고 적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최대 200만원에 그쳤던 불법하도급 등 불공정행위 포상금 상한선이 폐지됐고, 불법 하도급에 대한 행정처분 수준은 법적 상한까지 강화됐다. 영업정지 기준은 현행 4∼8개월에서 최소 8개월~최대 1년으로, 과징금 최소 부과율도 현행 하도급 대금의 4%에서 24%로 대폭 상향됐다.

대형사에 비해 여건이 열악한 곳일수록 잘못된 관행도 시정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1군 중견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협약에서는 하자 소송 대응이 새롭게 담겼다. 협약서 초안에는 공사 하자 소송이나 조정 제기된 경우 이를 수급사업자에게 즉시 통지하고, 성실히 협의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우 하자소송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를 하도급사에 알리지 않은 채 패소한 뒤 책임을 하도급사에 떠넘기는 잘못된 관행이 일부 존재한다”며 “협약에 이를 명문화해 이행 근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도급 건설업체 2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파트 하자담보책임 처리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원청사의 관리 부실과 책임 전가’로 나타났다. 응답 비율은 29%로 집계됐다. 후속 공정에서 발생한 하자까지 하도급 건설업체에 부담을 요구받았다는 응답도 21%에 달했다.

원청이 하도급 건설업체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한 경우 손해배상액을 전액 부담한 사례도 23.5%에 달했다. 손해배상액의 10~30%를 부담한 사례가 35.3%로 가장 컸고, 30~50%를 부담한 사례는 17.6%였다. 거래 단절에 대한 우려로 하도급사들이 원청사의 불합리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송 제기 사실을 하청업체에 즉시 통지하고 책임 소재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새롭게 담았다”며 “원청이 패소 후 하청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상생협력이 상위 50위권까지 확대되면서 올 하반기 출범 예정인 민관협의체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공정위와 협회는 협약 이행 상황과 하도급법 집행 동향, 상생협력 모범사례 등을 공유하고 원·하수급인들의 건의사항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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