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3년 개고기 장사 접는다” 마지막 복날 앞둔 보신탕 거리 한숨만 가득 [세상&]

내년 2월부터 개 식용, 유통 등 금지
서울 시내 보신탕집 골목 둘러보니
여름 대목 시작이지만 가게는 한산
식용견 유통 줄자 한 그릇에 ‘2만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일대 한 보신탕 가게. 개 식용 전면 금지에 따라 올해 말까지 보신탕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놨다. 이준영 수습기자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초복쯤이면 보신탕부터 생각났는데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되더라고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보신탕집. 식당에서 만난 단골손님은 이렇게 말했다. 업주 김태식(75) 씨는 절반도 차지 않는 좌석을 바라보며 “예전이면 점심시간에 앉을 자리도 없었는데 이젠 워낙 손님이 없으니 (여름철이) 기대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때 ‘보신탕 거리’로 불리던 종로 신진시장은 여름철이면 보양식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내년 시행을 앞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의 영향으로 보신탕집을 찾는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내년 2월부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불법이다. 그 여파는 이미 업계를 덮쳤다. 복날이면 긴 줄이 늘어서던 가게들이지만, 이제는 손님이 크게 줄어 씁쓸하다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저녁 찾은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보신탕집 출입문에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보신탕을 판매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서울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기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지만 저녁 시간이 되어서도 보신탕을 찾는 손님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보신탕집 업주들에게는 이번 여름이 사실상 마지막 대목이지만 이미 상당수 가게는 개고기 대신 흑염소 요리를 팔거나 폐업을 결정하는 등 정리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보신탕이라고 적힌 간판을 떼고 나서 한동안 간판 없이 영업하다 최근 ‘흑염소’ 간판을 내건 업주 A(58) 씨는 “지난해 복날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재작년과 비교하면 직원 두 명 월급에 해당하는 매출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600m 정도 떨어진 또 다른 가게도 사정은 비슷했다. 40년 넘게 보신탕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70) 씨는 “한 업종만 해왔는데 갑자기 다른 일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판매 금지를 앞두고 막연하게 장사만 이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저물어 가는 ‘개 식용’ 시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일대 한 보신탕 가게. 보신탕 한 그릇 가격은 3만원이었다.식당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 발길을 끊은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준영 수습기자.


업주들의 고민은 매출 감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준비해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개식용종식법은 지난 2024년 2월 제정됐다. 정부는 업주들의 업종 전환과 폐업 준비를 위해 3년 유예기간을 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후 ‘개 식용 종식 로드맵’을 마련하고 개고기 공급을 확 줄이고자 식용견 농장주들에게 마리당 22만5000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효과는 있었다. 농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의 육견 농가는 272곳. 2024년 9월(1537곳)과 견줘 약 80% 감소했다.

식용견을 취급하는 식당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2월 서울 시내 식용견 취급 음식점은 310곳이었으나 현재는 69곳이 전업하거나 폐업해 241곳만 영업 중이다.

2024년 식용견 관련 업종 폐업 지원 이후 전국 육견농가 및 서울시 식용견 취급 음식점 감소 현황 [챗GPT 제작]


다만 식당 업주들은 자신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하소연한다. 메뉴 변경 등을 통해 업종을 전환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간판·메뉴판 교체 비용을 지원하지만 최대 25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신탕집 사장 A 씨는 “원래 정부에서 3년 치 매출액을 증빙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며 “열심히 따랐는데도 간판 교체비용 250만원이 전부라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업은 개고기 메뉴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과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간판과 메뉴판 교체 비용 등을 고려해 정부와 업계가 지원금 250만원 수준을 정한 것”이라며 “(유예기간) 종료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현재 반기별로 진행하던 점검을 분기별로 확대해 관리할 계획”이라 밝혔다.

값 두 배로…보신탕 한 그릇 2만원 시대


식용견을 취급하는 농가와 유통업자가 줄자 개고기 가격은 크게 뛰었다. 가격 인상은 곧바로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단골 손님들조차 부담을 느끼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김태식 사장은 “개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탕 한 그릇 가격도 기존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보신탕 거리. 이준영 수습기자.


한끼 식사치고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됐지만,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보신탕집을 찾는 손님은 남아 있다.

20년 넘게 보신탕 거리를 즐겨 찾는다는 배상인(74) 씨는 “개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전골도 예전 2만9000원에서 지금은 3만7000원까지 올랐다”면서도 “개고기 특유의 맛은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없다. 복날이면 늘 보신탕을 먹어왔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골손님 이모(77) 씨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인데 갑자기 금지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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