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원전 추진됐던 곳에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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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열 영덕군수가 지난달 19일 영덕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전 유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영덕군 제공]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경북 영덕군이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은 국내 첫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됐다.
출범 초기 신규 원전 건설에 신중한 태도였던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때문에 필요한 전력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회의에서 현행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지을 후보지로 영덕군을 선정했다.
원전은 경제성을 위해 보통 2기를 함께 짓는다. 작년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7년과 2038년 도입을 목표로 1.4GW(기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계획이 반영됐다. 0.7GW급 소형모듈원자로(SMR)를 2035∼2036년 도입을 목표로 건설하는 계획도 담겼다.
11차 전기본 원전 건설 계획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권이 바뀌면서 부침을 겪었다. 새 정부가 원전 건설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지을 데가 없다”면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은 지어서 가동하는데 최소 15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공론화’라는 명목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할지 논의하는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 여론조사에서 계획대로 원전을 짓자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 1월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확정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따랐다기보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현실적인 방안이 ‘원전 확충’뿐이라고 판단하고 토론회와 여론조사로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규 대형 원전 후보지로 영덕군이 선택된 배경에는 과거 원전을 짓기로 했던 곳이어서 ‘속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이 더는 원전을 지을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딱 한 곳 있다. 지으려다가 그만 둔 곳”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영덕군을 지칭한 것이었다.
영덕군 후보지는 이명박 정부 때 천지원전 1호기와 2호기(각각 1.5GW)를 건설할 예정지로 고시되고 이에 따라 한수원이 부지 19% 정도를 사들이기까지 한 지역이다. 당시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천지원전 건설 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 백지화됐다. 영덕군 후보지는 이미 한번 원전 건설 후보지였던 만큼 정부 의지로 건설 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여지가 크다. 11차 전기본은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을 13년 11개월로 상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부지를 공모한 뒤 평가해 선정하는 기간을 포함한 것으로 실제 원전을 건설하는 기간은 7∼8년 안팎이다. 기술적으로는 5년 안팎이면 건설 가능하다.
주민 반대에 원전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영덕군이 후보지가 된 이유로 꼽힌다. 영덕군 내에는 지난해 대형 산불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역 경기를 원전 유치로 되살려보자는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영덕군이 2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군민 1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6%가 원전을 유치하는 데 찬성했다. 유치에 찬성한 이유로 ‘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른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청년층 등 지역 일자리 창출’과 ‘특별지원금·지방재정 확충 등 재정적 이익’이 뒤를 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의 경우 8년의 기간 동안 누적으로 약 720만명의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운영까지 60년 기준 지역에 주어지는 법정지원금은 2조15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효과다. 영덕군이 제시한 부지의 경우 이번 원전 건설에 필요한 면적(104만㎡)의 3배 정도여서 추후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SMR 후보지로 기장군이 선정된 이유도 빠른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장군 후보지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과거 신고리 7·9호기 부지로 검토된 곳으로 ‘전원개발예정부지’로 행정절차를 마친 곳이다. 이미 원전이 운영 중인 곳으로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각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에 필요한 전기를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생산할 방법으로 원전을 택하면서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원자력기구(IAEA),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F) 등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현재(2023년) 372∼416GW인 세계 원전 설비용량은 2030년 평균 486GW, 2040년 평균 706GW, 2050년 평균 813GW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