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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330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소비자 피해와 함께 고객 정보 관리에 소홀한 쿠팡의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초 미국 의회의 일부 의원이 쿠팡 사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언급하면서 통상과 투자, 동맹의 문제로 돌변했다. 쿠팡 사태에 강경한 입장이었던 정부 및 국회는 미국 정치권의 공세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쿠팡 사태의 인식 전환은 로비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미 의회와 정부 등 규제 기관에 지속적인 로비 활동을 해왔는데, 위기의 순간 세련된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다. LG글로벌전략개발원에서 미주 지역 대외협력 및 정책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신간 ‘로비의 경제학’에서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기업의 불리한 사건을 한국 규제 당국의 정당한 조사로 두는 대신, 미국 기업을 겨냥한 불균형한 조치로 읽게 했다고 분석한다. 즉 사실을 지우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해석하는 틀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사례처럼 로비는 기업의 필수적인 경제 활동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존재 자체가 폄훼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한국에선 로비 하면 ‘코리아 게이트’, ‘린다 김 사건’ 등이 떠오르며 청탁, 정경유착, 특혜, 검은돈 등과 동의어로 취급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로비는 단순히 기업의 비리를 덮거나 사업권을 따내는 등 ‘원하는 것을 관철하는 행위’만 의미하지 않는다. 정책 결정자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보 및 의견을 개진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일련의 행위까지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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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늘날 기업의 경쟁이 제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닌 반도체 보조금, 전기차 세액공제, 인공지능 규제, 공급망 정책 등 정부가 만드는 규칙에 따라 기업의 투자는 물론, 수익, 시장 진입 가능성까지 좌우된다. 즉 로비는 정치 스캔들이 아니라 정치와 시장이 만나는 ‘경제적 행위’라는 설명이다. 누군가는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우리만 넋 놓고 그 과정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
저자는 로비 활동의 핵심은 단순히 힘의 크기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자주 정책 결정 과정에 접근하고, 먼저 문제를 정의하며, 자신의 이해를 공적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지라는 것이다. 예컨대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규제를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어떤 칩을 무슨 기준으로 통제해야 규제에 실효성이 있는지 설명했다. 엑손모빌은 자사에 불리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반대하기 전에 지역별 일자리 감소와 가계 에너지 비용 증가를 수치 등을 정책 판단의 자료로 제공했다. 즉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정책 설계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특히나 오늘날의 정책은 국내 변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로비 역시 한 나라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고 그 범위가 글로벌로 확장되고, 작동 방식도 달라졌다. 이에 로비는 더 이상 정부를 설득하는 일에 머물지 않고 어느 나라의 어떤 규칙이 글로벌 표준이 될 것인지 둘러싼 경쟁의 일부가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에 저자는 로비 활동을 ▷정책 비용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관점을 전환하고 ▷대외 협력 조직을 해외 오피스를 포함, 전사적으로 연결하며 ▷체계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과 교육에 투자하고 ▷투명성과 정당성이라는 운영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로비의 경제학/진주화 지음/미래의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