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패소…“약물 아닌 피로 누적 영향”
2심에선 다른 판단…“약물 영향 맞다”
양측 상고…최종 결론은 대법 판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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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 4월, 한 4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4년 4월, 한 4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대낮에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운전자 A씨는 이날 새벽 4시께 수면제를 먹었다. 5시간 정도 선잠을 잔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약물의 반감기가 지나지 않은 때라 체내에 약물 성분이 남아 있었다.
A씨의 보험사는 유족 측에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A씨를 상대로 “대신 지급한 보험금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보험 약관상 약물 운전을 했으므로 사고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거부했다. 결국 지난 2024년 10월, 사건이 법원으로 왔다.
사고는 대구의 한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는 차도를 따라 운전하지 않고 보도로 침범해 버스를 기다리던 피해자 3명을 들이받았다. 피해자 중 2명은 타박상 정도에 그쳤지만 1명은 숨을 거뒀다.
이 사건으로 A씨는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라 약물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데도 운전한 혐의가 A씨에게 적용됐다. 다만 더 무겁게 처벌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우려 수준을 넘어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까진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은 A씨를 상대로 1억 2000만원을 청구했다. 유족 측에 지급한 보험금과 버스류장 피해에 대한 보험금을 보험사가 우선 지급한 뒤 이를 A씨가 갚아야 한다고 했다. 보험약관에 따르면 운전자가 음주·무면허·마약·약물 운전 등을 한 경우 사고부담금을 보험사에 납입해야 한다.
법적 쟁점은 약물 영향 여부였다. A씨가 사고 8시간 전 복용한 수면제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A씨의 책임이었다. 반면 단순 피로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이라면 A씨가 사고부담금을 보험사에 납입할 의무가 없었다. 양측은 이를 두고 재판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퉜다.
보험사 측은 “당시 A씨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약품을 복용한 상태에서 다른 차량이 전혀 없는데도 갑자기 3차로 밖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을 덮쳤다”며 “해당 사고는 약물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사고 당일 의사의 처방에 따라 불면증 및 우울증 치료약을 용법에 맞게 복용한 것”이라며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했던 상태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경찰 조사 당시 의료자료전문위원에서도 약물의 영향이 아니었다고 회신했다”며 “당시 조모상을 치르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로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번아웃 또는 뇌전증 증상으로 정신을 잃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에서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무혐의 처분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보험사 측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04단독 이회기 판사는 지난해 7월,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A씨가 2017년 초진일 이후 7년 간 규칙적으로 정신과 통원치료를 받으며 처방약을 자기 전에 복용한 뒤 출근해 주간생활을 하는 등 반복된 일상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A씨는 사고 직전 갑자기 두통이 몰려오며 귀에 이명이 들려다가 기억을 잃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어 “정신과의원 원장의 의료자문에 따르면 A씨가 7년간 규칙적인 약물 복용을 한 점과 복용 이후 8시간이 지난 뒤 사고가 일어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장례를 마친 뒤 긴장감이 풀리면서 번아웃 증상의 하나가 온 것으로 보일 뿐 사고가 약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는 낮을 것 같다는 회신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긴 점과 의료전문가의 이러한 의견을 고려했을 때 A씨가 약물의 영향으로 사고를 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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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헤럴드경제DB] |
1심 판단은 2심에선 정반대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8-2민사부(부장 김기현)는 A씨 측에서 보험사에 약 1억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난 4월 판결했다.
2심은 사고 직후 실시한 소변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된 점에 주목했다.
2심 재판부는 “약물이 검출됐는데도 약물이 A씨가 운전하는 것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되고 소변에서 마약이 검출됐는데 알코올과 마약이 운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면서도 그 이유에 ‘약품 등의 영향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이명과 두통이 있는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밝혀 약물 복용이 해당 사고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A씨가 복용한 약물 중 일부는 반감기가 24시간”이라며 “복용 뒤 8시간이 지난 시점에 사고가 났으므로 당시 A씨의 체내엔 상당한 양의 약물 성분이 남아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수면 부족으로 피로한 상태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했으므로 부작용도 강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7년간 주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심 재판부는 “7년간 해당 약물을 새벽에 복용한 뒤 낮에 운전을 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며 “또한 7년간 이같은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약물과 교통사고의 인과관계가 낮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배척했다.
끝으로, 2심은 “차도를 따라 운전하지 않고 보도를 침범한 운전자의 상태를 도저히 정상이라 말할 수 없다”며 “A씨는 스스로 운전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자각할 수 있었는데도 운전을 감행해 3명을 죽거나 다치게 하는 등 사고 결과의 참담함을 고려했을 때도 면책은 심히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측 모두 대법원에 상고하며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