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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김서현 수습기자]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나 경찰을 처벌하는 법왜곡죄가 지난 3월 시행된 이후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빗발치고 있다. 고발된 경찰관에 대한 수사는 같은 경찰 조직이 맡고 있는 데다 법왜곡죄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계속된다.
지난달 6일 기준 경찰청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은 327건·5808명이었다. 이 가운데 경찰관이 1566명으로 3분의 1 가까이 차지해 검사(376명)나 법관(242명)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날마다 28명의 경찰관이 법왜곡죄로 고소고발을 당한 셈이다. 대부분이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자동 기각될 전망이지만 일선에서는 고소고발 자체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서울시내 경찰서 경찰관은 “법왜곡죄 사건을 우리가 수사하는데 법왜곡죄로 인한 고소도 우리가 당한다”며 “아무래도 스트레스 요소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형사과 경찰관은 “법왜곡죄 이전에도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고발이 늘 있었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 아주 새로운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시행 초기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지 따지지 않고 무더기로 ‘묻지마 고발’을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사건 처분 결과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경찰관과 검사 등 800여명을 한 번에 고발했다.
경찰은 법왜곡죄 고소고발로 인한 일선 부담을 덜기 위해 경찰청 차원의 지침을 마련하고 법률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할부서 소속 관계자는 “일선에 하달할 법왜곡죄 관련 대응 지침을 준비 중”이라며 “이와 함께 고소고발을 당했을 때 수사관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지난 2018년부터 경찰법률보험을 통해 직무수행 중 민형사 피소된 경찰관들에게 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은 여타 공공 직군보다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많은 특성을 감안해 공무원책임보험에 더해 추가 도입했는데, 법왜곡죄 신설 후 수요가 늘어날지도 주목된다.
고소고발이 빈번한 데 비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 어려워 상징적인 장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법왜곡죄가 성립하려면 법 왜곡의 고의성이 핵심 요건인데 입증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에 실제 법 왜곡을 바로잡는 효능은 없고 수사자원만 낭비될 거란 관측이 많았다”며 “예견된 부작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은 법왜곡죄 입법에 앞서 “경찰관 상대로 고소고발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경찰의 경우 수사의 주체와 대상이 모두 경찰이라는 점도 이해충돌 시비가 빚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시선에선 같은 식구끼리 자체 수사로 비춰질 수 있다”며 “혐의 유무와 별개로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텐데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기보다는 공수처 등 타기관에 넘기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법왜곡죄 도입을 주도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시행 이후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것을 두고 “수사기관이 그만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제도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종국적으로는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주요 해결책”이라고 했다.
지난 2월 민주당은 법왜곡죄를 비롯한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명목의 이른바 사법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