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 졸업축사 안듣겠다”…‘우르르’ 퇴장한 美대학생, 무슨 사연? [나우, 어스]

스탠퍼드대 졸업식서 구글 피차이CEO 축사에 학생들 줄퇴장
“구글 AI가 ICE 이민자 감시 도와” 비판 속
“AI로 일자리 위협 등 두려움 느끼는 것” 분석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졸업축사 연단에 오르자 학생들이 줄지어 퇴장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대학가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면서 졸업 축사에 나선 빅테크 기업 수장들을 향해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AI붐에도 대졸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K자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졸업생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미국 여러 대학 졸업식에서 연사들이 AI를 언급하자 학생들의 야유와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 나서자 수십 명의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일부 학생들은 “구글 AI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감시를 돕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어올리는 등 항의 의사를 밝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피차이 CEO는 이날 자신의 모교이기도한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AI에 대한 언급을 사실상 피한 채 삶에 대한 ‘낙관론’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그는 “오늘은 여러분에게 조언을 하는 날이지만 나 역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들었다. 사실 모두 같은 조언이었다”며 “바로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AI가 초급 사무직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술 업계 수장의 발언 수위도 달라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릭 슈미트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 둘째 날 무대에서 연설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졸업 축사에서 AI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현상은 이미 대학가에서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애리조나대학교 졸업식에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AI의 발전을 언급하자 학생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지는 일이 벌어졌다. 플로리다 센트럴대학교(UCF)에서도 부동산업계 경영인 글로리아 콜필드가 “AI는 다음 산업혁명”이라고 말하자 인문학·예술계열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야유가 쏟아졌다.

미들 테네시 주립대학교 졸업식에서도 대형 음반사 ‘빅 머신 레코드’의 CEO 스콧 보르체타가 AI를 언급했다가 졸업생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에 보르체타 CEO는 “받아들이라. 말했듯이 AI는 도구일 뿐”이라고 응수하며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 대만 타이베이 스린-베이터우 테크놀로지 파크 내 T17 및 T18 부스에서 열린 전사적 컨벤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다만 졸업식 축사에서 벌어진 모든 AI 관련 연설이 학생들의 야유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대학교(CMU) 졸업식 연설에서 AI에 대해 언급했지만, 별다른 비판은 받지 않았다.

황 CEO는 “AI가 여러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다만 AI를 여러분보다 더 잘 활용하는 사람이 여러분을 대체할 수는 있다”고 조언했다. AI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을 인정하면서 변화에 적응할 방법을 제시한 점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대학 졸업식 모습. [게티이미지]

올해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반발심은 AI 기술로 인한 단순한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 BBC는 “AI가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 감시나 군사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는 불신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악시오스와 해리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의 42%는 AI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취업 기회와 임금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33%), X세대(39%), 베이비붐 세대(37%)보다 높은 수치다.

취업시장에 대한 체감 온도 역시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갤럽 조사에서 현재를 ‘취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평가한 비율은 15~34세에서 43%에 그친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64%에 달해 무려 21%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결국 미국 대학가에서 나타나는 ‘반(反) AI’ 정서는 기술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미래 일자리와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의 표현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악시오스는 “젊은 세대가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들은 단지 AI 혁명 속에서 자신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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