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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000년 이후 약 26년 만에 삼성전자 중심의 시가총액 구도에 역사적인 변화가 현실화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51분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84조65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시각 삼성전자 시가총액(2084조1983억원)보다 4561억원 많은 상태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기업이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른 기대감이 SK하이닉스 주가를 강하게 견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줄곧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왔다. 1990년대에는 한국전력이 시총 1위를 장기간 유지했고, 1999년에는 KT가 선두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당시 한국전력과 포스코에 이어 시총 3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2000년부터 국내 증시 왕좌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면서 약 25년 7개월 만에 시총 1위 자리가 바뀌게 됐다.
양사 간 순위 역전은 AI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빠르게 진행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전 5만9800원에서 지난 19 종가 기준 35만4000원으로 약 498% 상승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024% 급등했다. 이날 현재도 SK하이닉스 주가는 5.82% 급등 중인지만, 삼성전자는 0.71%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184조원)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양 기업의 시가총액 격차는 아직 벌어져 있다.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 효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방대해 AI 메모리 호황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분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도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ADR 상장이 현실화할 때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지수 편입 가능성까지 열려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질주가 워낙 거셌을 뿐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약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양사 간 시가총액 순위가 뒤바뀌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반도체 경쟁력과 HBM 시장 점유율이 양사의 시총 경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고 있다.
27년 만에 코스피 왕좌의 구도가 변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는 사건 근간에 있는 투자 신호를 읽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뛰어넘으면 시장 하락 추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한 현재 강세장의 종료 시그널은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역전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기업의 실적을 과도하게 앞지르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는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 ‘닷컴버블’을 거론된다. 당시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 시스템즈가 과도한 실적 기대감에 시총 1위에 오른 뒤 급락하며 증시의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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