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율·공정시장가액비율도 손질
반도체發 유동성 부동산 유입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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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말 발표될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과 경제팀이 잇따라 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관련 세제 개편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부동산 투자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세제 설계가 이번 개편안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성과급이 실제로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며 수출 대금이 국내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진다”며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 실장의 발언을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다음 달 말 발표될 세제개편안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최근 대통령실과 경제팀이 내놓는 메시지는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자·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아 서구 선진국이 하는 것처럼 보유 부담을 주는 게 맞겠다”면서 “여러 채를 못 가지게 하지 않지만 상응하는 부담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16일 “실거주 목적의 주택과 투기 목적의 주택은 다르다”며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 보유에까지 인센티브를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종부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강화는 사실상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 방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우선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상은 윤석열 정부 들어 완화된 보유세 부담을 일부 되돌리는 방식이 언급된다.
현재 개인 주택분 종부세율은 다주택자의 경우 최고 5.0% 수준으로, 세율 조정을 통한 보유세 부담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도 유력한 카드로 꼽힌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이를 높이면 명목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세율 인상보다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세수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종부세 강화는 부동산 시장 안정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재원 확충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부세 수입은 부동산교부세를 통해 지방재정으로 이전되고 농어촌특별세와도 연동되는 만큼 정부로서는 시장 안정과 재원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내부에서는 다주택 규제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키웠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시장에서는 현행 1세대 1주택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2억원 기준 조정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양도세 분야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재 1주택자는 10년 이상 보유·거주할 경우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단순 보유보다 실거주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조정 역시 이번 세제개편 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21일 SNS를 통해 “임대기간 종료 후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계속돼 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다”며 “등록임대 다주택자에게 엑시트 기회를 줘 서울 아파트 6만8000여 가구가 시장에 공급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제기한 등록임대주택 세제 특례 재검토 필요성과도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 이슈가 시장에 세 차례에 걸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매물이 한 차례 출회됐고, 7월 세법 개정안 확정 과정에서 다시 변동성이 확대된 뒤 실제 시행 전 유예기간을 전후해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중저가 주택보다 고가 주택 시장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증세 기조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세 범위와 강도에 따라서는 실수요자 부담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유세 강화가 예상보다 큰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현재 서울 주요 지역의 고가 주택 보유자 상당수는 자산은 많지만 현금흐름이 부족한 ‘캐시 푸어’ 고령층”이라며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경우 조세 저항과 자산 처분 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정책 방향이 바뀔 경우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영경·서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