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정상이라던 환자, 4개월 뒤 갑자기 심장 멎었다…돌연사 신호, AI가 찾아낸다[후암동 논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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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스웨덴의 한 75세 여성은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입원했다. 심장초음파 결과는 정상이었다. 혈관도 깨끗했다. 의료진은 제세동기 시술을 예약했지만, 그 전에 그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숨졌다. 4개월 전 외래 진료에서 찍은 심전도가 있었다. 나중에 AI가 그 심전도를 분석했더니,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을 파형이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에 미국 UC버클리 지아드 오버마이어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가 심전도만으로 갑작스러운 심장사 고위험군을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유일한 예측 기준으로 쓰인 심장초음파보다 더 높은 정확도로, 심초음파가 정상이라 판정한 환자들 사이에서도 고위험군을 짚어냈다.

심장사, 제세동기로 막을 순 있지만…예측 어려워

제세동기. [게티이미지뱅크]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비롯된 사망은 이론적으로 막을 수 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할 때 이를 감지하고 전기 충격으로 되돌리는 제세동기가 1980년대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구에게 미리 제세동기를 넣어야 할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 현장에서 쓰인 유일한 기준은 심장이 한 번에 내보내는 혈액의 비율, 즉 박출계수였다. 이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제세동기 삽입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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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기준은 허점이 많다. 갑작스러운 심장사로 숨진 사람 대부분은 사전에 이 수치가 정상이었다. 반대로 수치가 나빠 제세동기를 삽입한 환자 3명 중 2명은 제세동기가 작동할 필요가 없었다.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다.

44만 건의 심전도 분석 결과 AI가 정확해졌다

연구팀은 스웨덴 한 지역의 의료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시행된 심전도 44만1614건을 사망진단서, 전자의무기록과 연결했다.

AI는 이 데이터로 학습했다. 심전도 데이터로 1년 안에 갑작스러운 심장사로 숨졌는지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총 11만3072건의 심전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들을 위험도 순위에 따라 나열한 그래프. 가로축은 위험도 상위 퍼센트(%) 기준을, 세로축은 실제로 발생한 연간 심장 돌연사 비율(%)을 나타낸다. 좌측 상단의 작은 박스는 위험도가 가장 높은 상위 10% 구간을 확대해 보여준다. 그래프 중간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수평 점선은 현재 병원에서 세워둔 기존의 고위험군 기준들이다. 각각 제세동기 임상시험 대조군의 평균 위험도(4.9%, 분홍색 점선)와 좌심실 박출률 감소 환자군(LVEF)의 위험도(4.6%, 파란색 점선)를 의미한다. 붉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진한 빨간색 점은 연구팀이 제안하는 최적의 고위험군 선별 기준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심전도 분석만으로 기존 고위험군 환자들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돌연사 위험을 가진 숨은 고위험 환자들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

이후 학습시킨 AI를 검증용 데이터 11만3072건에 적용했다.

AI가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환자들의 실제 심장사 발생률은 기존 박출계수 기준 고위험군보다 약 1.5배 높았다. 지금까지 유일한 기준으로 쓰인 심장초음파 검사보다 더 정확하게 골라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숫자가 있다. AI가 고위험군으로 잡아낸 환자의 86.1%는 심장초음파 기준으로는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현재 기준으로라면 제세동기를 달 이유가 없다고 여겨진 환자들이다.

연구팀은 같은 AI 모델을 미국 한 병원의 심전도 25만1858건과 대만 국립대학병원 데이터에도 별도 조정 없이 그대로 적용했다. 미국에서는 AI가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환자 10명 중 3명꼴로 1년 안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실제로 발생했다. 대만에서는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와 다른 원인의 심장마비를 구분하는 데도 유효했다.

조기 발견했다면…연구팀이 소개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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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논문에서 스웨덴의 실제 환자 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림프종 병력이 있는 75세 여성이었다. 어지럼증이 반복되자 응급실을 찾았고,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입원했다. 심장초음파는 정상이었다. 혈관 검사도 깨끗했다. 추가 검사에서도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외래에서 제세동기 시술을 받기로 일정을 잡고 퇴원했지만, 시술 날짜가 오기 전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숨졌다.

4개월 전 외래 진료에서 찍은 심전도가 있었다. 심장이 의심돼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찍은 것이었다. 연구팀이 AI로 그 심전도를 분석했더니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이 사례가 AI가 잡아낸 고위험군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예측 정확도가 높아 보이던 지표들이 실제 임상시험에서 제세동기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참고논문

DOI : 10.1038/s41586-026-10674-6

논문 정보 : Obermeyer, Z., Schubert, A., Ross, J. et al. An ECG biomarker for sudden cardiac death discovered with deep learning. Nature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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