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0 하나 빠진 중고거래…법원 “취소 불가”

317만원 당구용품을 31만원에
“중대한 착오 아냐”
“당초 희망 가격 판매자에 전달 안 돼”

중고거래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 가격을 실수로 1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더라도, 이미 물품 인도와 대금 지급이 끝난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노민식 판사는 중고거래 판매자 A씨가 구매자 B씨를 상대로 낸 물품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분쟁은 지난해 3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뤄진 당구용품 거래에서 시작됐다. A씨는 고가의 당구용품을 31만7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B씨는 곧바로 전부 구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물품 배송과 대금 지급이 이뤄지면서 거래는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A씨는 돈이 입금된 뒤에야 자신이 원래 생각한 가격인 317만원이 아니라, 그 10분의 1인 31만7000원으로 잘못 적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며 거래 취소를 주장했다. 민법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B씨에게 물품 반환을 요구했지만, 양측 협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보상금 50만원을 지급하거나 자신이 산 물품을 A씨가 다시 사가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 입장에서는 A씨가 해당 물품을 원래 317만원에 팔려고 했다는 사정을 알기 어려웠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A씨의 실수가 법률상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중대한 착오’라기보다, 의사표시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에 관한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알려져 계약 내용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판매 희망 가격이 317만원이라는 사실이 B씨에게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해당 중고거래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보고 A씨의 물품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중고거래처럼 빠르게 거래가 성사되는 플랫폼에서는 판매자가 가격과 수량, 배송 조건을 게시 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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