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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AI가 내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 변호사, 판사 같은 고숙련 직업군이 가장 먼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런데 정작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판사나 외과의사를 겨냥한 제품을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 실제로 AI로 대체하기 위해 투자되는 곳은 사무직,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였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돈이 몰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제5권 제6호에 이탈리아 엔리코 페르미 연구소 페노알테아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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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AFP] |
기존 연구들은 AI가 어떤 직업을 위협하는지를 기술 가능성으로 따졌다. 의사가 영상을 판독하는 것, 변호사가 판례를 분석하는 것, 회계사가 숫자를 맞추는 것을 AI가 할 수 있는지 전문가들이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기업이 실제로 AI를 도입할 때는 기술 가능성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돈을 집어넣은 곳을 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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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연구팀은 세계 최고 권위의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Y콤비네이터가 투자한 AI 스타트업 958개의 사업 내용을 전수 분석했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트위치를 배출한 이 기관의 합격률은 1% 이하다. 수천 개의 지원서 중 단 1%만 걸러낸 곳들이다. 그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전문 투자자들이 시장성과 수익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스타트업들이 어떤 직업의 업무를 겨냥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를 AI를 활용해 하나씩 대조했다. 그 결과물이 직업별 ‘실제 위협 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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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갈 수록 AI에 영향도가 높은 업종을 뜻한다. (왼쪽) 물리적 노동과 현장 작업 비중이 높은 농업 및 임업, 숙박 및 음식점업, 광업, 도소매 유통, 부동산, 보건·의료, 제조 및 생산, 전문·기술 서비스, 기업 경영, 정보 및 미디어 (오른쪽).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제5권 제6호] |
위협 지수가 가장 높은 직업은 일반 사무직이었다. 문서 처리, 데이터베이스 관리, 일정 조율, 전화 응대 같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스타트업 제품이 이미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업무는 정해진 규칙대로 처리하면 되고, 오류가 나도 수습이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시장이다. 데이터 과학자, 시장 조사 전문가도 높은 위험군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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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연합] |
판사는 달랐다. AI가 이론상 판결문을 쓸 수 있어도 투자자들은 이 분야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재산을 결정하는 판단을 AI에 맡겼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법적·사회적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이미 형사 판결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둘러싼 편향 논란이 뜨겁다. 기술이 되더라도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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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소아외과 의사도 마찬가지였다. 수술 중 AI가 판단 오류를 냈을 때 생기는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에 뛰어들 스타트업은 없었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와 변호사를 나란히 놓으면 이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 직업은 자료를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요구한다. 기술 가능성만 따지면 AI 위협 점수도 거의 같다. 그런데 실제 투자 기반 위협 지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0.8, 변호사가 0.05였다. 같은 기술은 요구하는 직업이어도 대체하기 위해 AI에 투자되는 금액은 달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직업을 두 종류로 나눴다.
하나는 실수 한 번의 대가가 너무 큰 직업이다. 외과의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오류 허용 범위가 극히 낮은 분야는 투자자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자동화 자체가 사회적 논란을 부르는 직업이다. 판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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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업종별로도 격차가 선명했다.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 서비스가 가장 큰 타격권이었다. 건설, 광업, 농림업은 위협 수준이 가장 낮았다. AI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안에서만 작동한다. 몸을 쓰고 현장을 직접 통제해야 하는 일들은 그래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다만 연구팀은 AI 소프트웨어에 로봇 하드웨어가 결합하면 지금까지의 분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AI 스타트업만 따로 추려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더니, 기존 분석에서 안전하다고 나왔던 현장직 상당수가 높은 위협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AI와 로봇의 결합은 자동화 범위를 제조 현장까지 크게 넓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DOI : 10.1093/pnasnexus/pgag185
논문 정보 : Enrico Maria Fenoaltea, Dario Mazzilli, Aurelio Patelli, Angelica Sbardella, Andrea Tacchella, Andrea Zaccaria, Marco Trombetti, Luciano Pietronero, Follow the money: A startup-based measure of AI exposure across occupations, industries, and regions, PNAS Nexus, Volume 5, Issue 6, June 2026, pgag1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