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2000억 해법 여전히 ‘감감’

수정 회생계획 변경안 법원에 제출
채권자협의회·노조 등 “시간 더 필요”
“제품없어 죄송” 직원은 매대서 사과
법원 조만간 결정…2개월 연장 가능성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노총 고려아연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MBK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 및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5번 코너인데, 제품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 고객들은 연신 우유와 휴지 등 생필품 위치를 물었다. 직원들은 상품 진열 위치를 안내하면서도 “재고가 없을 수도 있다”며 먼저 사과했다. 한 직원은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10여분 동안 세 차례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해야 했다.

상품이 없어도 직원들은 매대 앞을 지켰다. 매대를 지키던 A씨는 “오전 조회에서는 서비스 점수가 낮다고 지적을 받기도 한다”며 “물건이 없어 고객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는데 그 스트레스까지 모두 현장에서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어 있는 진열대를 최대한 감추기 위해 남아 있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앞으로 당겨 진열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한 직원은 “상품이 없는데도 계속 진열을 바꿔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진열을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대부분 20년을 훌쩍 넘었다. 23년째 홈플러스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나이가 있어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월급이 200만원인데 제때 안 들어오고,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22년 근무한 김모 씨도 “내년이 정년이라 버티고 있지만,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다닐 수 있을지 걱정뿐”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마트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를 지키는 사람은 1만2000여명 가량이다. 기업회생 이전 2만명에 달했지만 희망퇴직·점포 축소 등 과정을 거치며 줄었다.

입점업체 부담도 가중됐다. 월드컵점에서 11년째 매장을 운영해 온 한 입점업체는 이날 영업을 종료했다. 매장 관계자는 “5개월째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며 “매장이 없어지며 실업자가 됐다”고 했다.

홈플러스의 운명은 당장 회생법원의 손에 달렸다. 홈플러스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을 제출했다. 변경안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37개점 폐점, 자연퇴사 및 희망퇴직에 따른 인력 감축에 따른 현황이 반영됐다.

법원은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을 판단한 뒤 회생절차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변경안에는 법원이 요구한 2000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 조달 계획은 끝내 담기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요청했으나, 메리츠는 절반인 1000억원에 대해서만 대출을 의결했다. 이마저도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개인의 보증을 에스크로 계좌의 인출 조건으로 내걸었다.

MBK와 메리츠는 홈플러스 파산 시 책임론을 전가하며 공방을 벌여왔다. 양측은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와 관련해 발송한 의견조회서와 관련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입장을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와 노조,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은 오는 3일인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은 의견서에서 “수많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유보해 달라”고 했다. 마트노조도 “(파산 시) 사회적으로 큰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고, 국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를 조성하는 등 이해관계자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3월 4일이었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5월 4일까지 연장했고, 이후 7월 3일까지 추가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이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최장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9월까지 2개월의 추가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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