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이 끓기 시작했다”…폭풍·폭우·태풍 연쇄적 재난, ‘기후 도미노’ 이미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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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태평양 전역에 거대한 해양열파(MHW·Marine Heat Wave)가 형성되면서 앞으로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전 세계 기상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해양열파는 지구 표면의 약 13.5%를 뒤덮고 있으며, 필리핀에서 페루까지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규모로 확대됐다.

해양열파는 바닷물 온도가 같은 시기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수일에서 수개월 이상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현상은 북태평양에서 형성된 해양열파와 적도 부근에서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또 다른 해양열파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남반구인 페루에서는 겨울철임에도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인근 해수 온난화를 연구해온 기후과학자 딜런 아마야는 “몇 달에 걸친 온난화는 이번 겨울과 내년 봄에 뚜렷한 영향을 뜻할 수 있다”고 말했다.

WP는 이번 해양열파와 관련해 앞으로 약 2주 안에 주목해야 할 기상 현상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서태평양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제9호 태풍 ‘바비’다.

바비는 현지시간 6일 오전 미국령 괌 북쪽 북마리아나제도 인근 해상에서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북서진하고 있으며, 이번 주말에는 대만과 중국 일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서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강력한 열돔(heat dome)이다.

열돔은 강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반구 형태로 가둬 지표면의 기온을 크게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미 국방부 기상학자 에릭 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최근 산불 피해가 컸던 뉴멕시코와 애리조나뿐 아니라 미국 서부 전반에서 폭염과 산불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양열파의 영향이 가을과 겨울까지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선 따뜻해진 태평양 해수와 계절성 폭풍이 겹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는 해수면 상승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이번 겨울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수준의 폭우와 폭풍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따뜻한 태평양 해수가 캘리포니아 인근 해수면을 6인치∼2피트(약 15∼61㎝) 높일 수 있으며, 여기에 가을과 겨울 폭풍에 따른 바람의 영향이 더해지면 캘리포니아 해안 부근 해수면 상승 폭이 2∼3피트 이상, 즉 약 0.6∼0.9m 이상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태평양에 축적된 열이 대기로 방출되면 아열대 제트기류가 강화되면서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미국 남부와 동부에서도 폭우와 뇌우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해수 온도가 높아질수록 증발량이 늘어나 대기 중 수증기 역시 증가한다. 이렇게 축적된 수증기는 대기 흐름을 따라 수천㎞ 떨어진 지역까지 이동해 집중호우를 유발할 수 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지중해에서는 지난 6월 열돔에 따른 폭염 이후 해양열파가 형성됐으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해수 온도가 7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의 37% 이상은 해양열파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강한 엘니뇨가 진행되던 2024년 1월에는 전 세계 해양의 46% 이상이 동시에 해양열파를 겪으며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해양 표면 가운데 해양열파가 발생하는 비율은 1980년대 말 약 9%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0%를 웃돌며 약 40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전문가들은 해양열파가 단순히 바닷물만 따뜻해지는 현상이 아니라 태풍, 폭염, 집중호우, 산불 위험까지 연결하는 ‘기후 도미노의 시작점’ 역할을 한다고 본다. 바다에 축적된 막대한 열이 대기로 이동하는 순간 태풍과 폭염, 폭우, 산불 등 서로 다른 재난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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